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언제 들어도 넉넉하고 행복한 말이다. 추석을 앞두고 육거리 전통시장을 가다보니 어느 백화점 앞에 '추석 마중'이란 현수막이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전통시장과 대조되는 대형마트는 아니지만, 백화점에서도 발 빠르게 추석 손님맞이를 하고 있었다. 육거리종합시장에 들어서니 사람들에게 밀려 저절로 들어갈 정도로 왁자지껄하였고, 상인들도 싱글벙글하는 모습이 '날마다 오늘만 같았으면'하는 듯하였다.

 제수용품을 사러 이곳저곳을 다니니 여느 때보다 물건도 사람도 많아 활기찬 모습에 신바람이 났다. 아내와 함께 밤, 배, 사과 등 과일 하나하나도 정갈하고 좋은 것을 정성껏 골라 사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어느 분은 덤으로 몇 개씩 더 주기도 하고 값을 깎아주기도 하여 인정이 넘치는 재래시장으로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날 아침에 이웃에 사는 분이 대형마트에 함께 가자고 하여 망설이다 우리는 재래시장으로 왔다.

 다니다보니 마늘종이 있어 자세히 보니 '중국산 마늘쫑'이라 씌어 있었다. '마늘종까지 중국산이라고. 지금은 제철도 아닌데. 중국에서는 요즈음 생산되는 곳도 있나?' 중국산은 마늘종뿐이 아니었다. 고사리, 번데기, 도라지, 당근……. 당근을 보니 몇 년 전 생각이 났다. 아침식사 대신 당근과 사과를 갈아 마셨는데, 입술과 혀에 붉은 물이 묻어 깜짝 놀라 알아보니 바로 중국산 당근에 붉은 색소로 착색한 탓이라 입술연지까지 바른 것이다.

 제수품도 알게 모르게 중국산 등 외국산이 많아 조상님들이 깜짝 놀라실 것 같다. 배추를 사려는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린다. 크지도 않은 배추 한 포기에 만 원이나 한다니! 올 여름에 극심했던 가뭄과 폭염 탓이리라. 가을 김장때라도 안정이 되어야 할 텐데….

 정육점에도 줄을 서있어서 다른 볼일부터 보려고 발길을 옮기니 의외의 문구에 놀랐다. '진짜 한우(韓牛)가 아니면 일억 원을 드립니다' 틀림없는 한우고기라는 표현이겠지만, 불신사회가 낳은 기현상이다. 이렇게 큰소리를 쳐도 아내는 그곳에서 사지 않고, 다니던 단골집으로 향했다.

 공무원연금지에서 보낸 추석 선물도 받아 무척 기뻤다. 지난 달 연금지를 읽고 '연금지에 바란다'에 보낸 의견이 채택되어 '온누리상품권' 한 장을 받아 고기를 살 때 보탰으니 조상님께서도 기뻐하실 게다. 이전에도 '가로세로 낱말 맞히기'에 응모하여 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지만….

 몇 십 년 전에는 명절을 앞둔 재래시장은 대목장이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심지어는 미아(迷兒)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은 편리하다고 제수용품까지 마트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는 가운데 인정이 넘치고 사람 냄새나는 재래시장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까! 아직은 주차 문제 등 보완할 일은 있지만,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데 이 정도 불편쯤은 이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날 시장의 모습처럼 활기차고 행복한 추석 명절 그리고 언제나 한가위 같은 인정이 넘치는 넉넉한 나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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