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최근 제주도의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중국인 관광객이 죽인 사건 때문에 뒤숭숭하다. 자신을 배반한 아내가 미워서 그랬다고 하지만, 왜 이런 묻지마 살인이 자꾸 발생하는 것일까? 특히 저항할 힘이 없는 여성을 남성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반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을 돕는 미담도 많다. 예를 들어 행인을 치고 달아나는 뺑소니차를 쫓다가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택시기사를 '의상자'로 인정한 판결이 있었다. 이런 사건은 인간의 이타심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에게 내린 판결은 인간의 이타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스한 배려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교육을 통해 이타심으로 변화될 수 있을까? 이타심은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가지는 숭고한 마음일까? 그런데, 이런 이타심이 동물의 세계에서도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다. 예를 들어 병이 든 동물은 무리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는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혹시 전염병으로 무리 전체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행동을 '이기적 유전자'로 해석하려는 시도도 있다. 자신의 형제나 친척을 살려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자신과 형제들이 받은 유전자가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일벌이나 일개미가 스스로 자손을 낳지 않고 여왕벌의 자손을 열심히 기르는 것도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들 사이에도 반드시 유전자 방식으로만 보기 어려운 행동들이 많이 관찰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덫에 걸려 장애를 가지게 된 돌고래가 호흡을 할 수 있도록 다른 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밀어 올려 주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행동이 건강한 돌고래에게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돌고래들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장애 돌고래를 돕는 것이다. 동료 개미가 붙잡히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동료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관찰된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동물들끼리 먹이나 잠자리를 나누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어쩌면 동물도 우리처럼 이타심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오히려 우리 인간이 동물보다 더 이기적으로 행동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짐승 같다"고 말하지만, 그런 말이 도리어 동물보다 보잘 것 없는 인간을 우월한 존재로 생각하게 만드는 착각일 수도 있다. 최근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인간이 과연 모든 생명체 중에 가장 뛰어난 존재가 맞을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