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사회는 그것의 방향을 결정하고 인도하는 리더십과 구성원들의 역량에 의해 발전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부는 공평하고 생산적인 정책을 펴서 국민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국민 각자는 질 높은 교육을 통하여 미래가 요구하는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스스로의 몸값을 높여야한다.

 한국은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진 19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급성장하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때는 누구든지 참고 견디면서 질 높은 교육을 받으면 좋은 일자리와 높은 수입이 보장되었다. 정부는 과학기술 및 공업 장려정책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했다. 속칭 흙수저들이 금수저로 발전할 수 있는 공정경쟁이 보장됨으로써 그래도 살만한 사회라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발전의 징후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쇠퇴의 징후들만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첫 번째 쇠퇴의 징후는 사회 구성원들의 위축이다. 한 사회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아무래도 미래의 자원인 청년계층이다. 그런데 이 청년계층이 얼마나 위축되었으면 한국을 대놓고 헬조선이라고 부르는가. 우리 사회에서는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이나 빛을 찾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들의 위축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고독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끝없이 몰아치는 구조조정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해고자들이나 퇴직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위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번째 쇠퇴의 징후는 비효율성이다. 효율성이란 말 그대로 투입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산출을 내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똑같은 상품을 생산하더라도 낮은 임금과 일부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기반으로 높은 효율성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런 강점들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후발 주자들에게 이미 따라잡혔거나 거의 따라잡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비효율성은 투입에 대하여 높은 산출을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망가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그 원인이 있다.

 비효율성은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신청, 대우조선해양의 추가자금 지원, 정부의 미숙한 지진 대응에 대한 국민의 원망 등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제적 신뢰를 추락시킨 한진해운 사태는 미리 군살을 빼지 않은 자만심의 결과이고,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정부, 은행, 기업 간의 연쇄적 부패의 고리가 여전히 건재한 결과이다. 정부의 미숙한 지진 대응은 진짜 전문가도 없고, 오직 책상에만 앉아서 일하는 전통적 관료주의와 공직사회의 책임회피 문화 때문이다.

 세 번째 쇠퇴의 징후는 사회 전반에서 공정성의 후퇴이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특권계층 자녀들의 사병보직 특혜 문제를 비롯하여 권력 및 자본가계층의 끊임없는 갑질에 대해 법은 여전히 너그럽기만 하다. 갈수록 공정성이 무력화됨으로써 보호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가슴에는 분노의 마그마가 들끓고 있는 중이다. 권력 및 자본가계층의 큰 반성과 양보만이 문제해결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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