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인간이란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면 최단거리를 뛰어 한시바삐 목표를 달성하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선적으로 맞부딪쳐 나가면 일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해(障害)에 부딪쳐 좌절하거나 무리하게 공략하려다가 도리어 큰 실패를 맛보게 되는 것이다. 성공자들에게는 뛰어난 특징이 있다.

 '대망(大望)'이란 소설로 널리 알려졌으며 천하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보면 그는 결코 무리하게 밀어붙이려 하지 않는다. 그의 호색(好色)은 유명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와 관계를 맺은 여성은 예외 없이 그에 대한 지극한 호의를 가지고 있다. 키는 작고 얼굴은 새까마며, 턱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어 사람들로부터 '원숭이'라 불리고 '물에 빠진 쥐새끼'란 별명을 가졌을 정도의 그런 추남(醜男)이 어떻게 그토록 지극한 호감을 사고 있을까. 그것은 아무리 욕심이 생기더라도 결코 무리하게 밀어붙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칠 만큼의 애정으로 감싸면서 참을성 있게 익은 감이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카네기와 조지 풀맨이 침대차의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카네기 회사와 풀맨 회사는 유니온 퍼시픽 철도회사에 침대차를 납품하고자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캐내고 수지(收支)를 무시하면서까지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카네기도 풀맨도 유니온 퍼시픽의 수뇌부와 접촉하기 위해 뉴욕으로 간다. 어느 날 밤, 호텔에서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치자 카네기가 먼저 소리쳤다. "여어, 풀맨 씨 안녕하십니까. 생각해보니 우리 두 사람 모두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뜻이지요?"라고 풀맨이 물었다.

 여기에서 카네기는 평소부터 생각해오던 구상을 그에게 털어 놓았다. 두 회사의 합병안(合倂案)이었다. 카네기는 서로 반목하면서 출혈경쟁(出血競爭)을 계속하느니보다는 제휴하는 편이 휠씬 더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열심히 설명했던 것이다. 침대차를 납품하자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 아닌가. 너무 그 목적에 얽매이다 보면 수단 여하를 가리지 않게 되고 그러면 목적과 수단이 뒤바뀔 위험이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던 풀맨은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그 회사의 이름은 무엇이라고 하면 좋겠습니까?" 카네기는 선뜻 대답한다. "물론 풀맨 팰리스 차량 회사라 하지요." 그러자 풀맨은 얼굴에 화색을 띄우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내 방에 들어가 조용히 의논해 보십시다" 바로 이 의논이 미국의 공업 발전에 신기원(新紀元)을 가져왔던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