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 주민자치회장

[홍순철 충북 주민자치회장] 아시아나항공이 청주공항 항공정비(MRO)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충북도민의 기대와 호응을 얻었던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란 항공기의 수리, 정비, 개조를 포함하여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운용, 유지하기 위해 행해지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청주공항은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 접근이 가능한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로, 남북 4개 노선과 동서 3개 노선의 고속도로망, X자형 고속철도망이 구축된 사통팔달의 요지로 평가받았다. 안전한 항공운송 환경과 낙후된 항공정비업의 전략산업화를 추진해온 국토부의 MRO산업 육성에 부합하는 적지로 평가받아 왔으며 충북에서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사업이다.

 충북도는 2015년 1월 아시아나 항공과 MOU를 체결하면서 성공적 사업추진에 대한 희망이 고조되었다. 그러던 차에 아시아나항공이 8월 29일 "지난 1년6개월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청주공항 MRO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과 비판여론이 이어졌다.

 이에 관한 후폭풍은 예상했지만,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충북도와 도의회 시민단체가 갈등하고 있고, MRO사업의 좌초된 책임을 묻겠다며 말싸움과 대립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싸움과 논란제기가 과연 우리 충북도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추진했던 사업의 실패원인과 책임규명도 중요하지만 아시아나의 불참으로 빚어진 이 난국을 타개할 대책을 마련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할 시기에, 밑도 끝도 없는 정쟁만이 오고가니 MRO를 핑계로 한 이 본질 잃은 싸움의 끝이 어떠할지 걱정이 되기만 한다.

 충북도 전체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식의 정쟁에서 벗어나 충북의 발전과 도민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여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당장 자신의 이익과 소속집단의 책임면피를 위해 생길 싸움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국론과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 우리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면서 집안싸움을 하고 있을 때, 경합관계에 있는 사천과 인천에서는 속으로 박수를 치고 있다. 경쟁지역에선 아시아나의 청주공항 MRO불참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경쟁우위 상황을 영속화하기 위해 수면아래서 더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위도 좋고 책임자 처벌도 다 좋다. 그러나 누굴 위한 특위이고 책임자 처벌이란 말인가?

 다행히 이미 돌아선 KIA와 아시아나 항공 말고도 적지 않은 항공관련 기업들이 투자협약을 체결한 상황이고 아시아나 항공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MRO단지에 입주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 항공정비물량과 정비역량을 보유한 해외항공사와 MRO기업의 유치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다행히 항공법이 개정되어 항공정비분야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제한도 사라졌다고 하니 해외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기대해 본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간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우리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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