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역시 추석이 무섭다. 그새 모두들 긴 팔로 옷이 바뀌었다. 자연의 도도한 숨소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하기야 나도 인생으로 치면 가을이어서 그런지 동창 모임에 나가보면 머리 허연 건 기분이고 어떤 친구는 무려 70대로 보이는 친구들도 꽤 있다. 이제 화제는 주로 건강에 대한 이야기와 자식들 결혼 시킬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남은 소망은 '곱게 늙고 싶다'이다.

 어떤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물었단다. "여보 임자! 내 죽기 전에 꼭 진실을 알고 싶다. 못생기고 돌대가리인 넷째 정말 우리 새끼 맞나? 죽기 전에 진실을 말해봐라", 할머니 왈 영감, "의심하지 말고 편히 가이소, 백프로 당신 새낍니더. 맹세함 더". 이 말을 듣고 영감은 편안한 얼굴로 임종을 했다. 그리고 할매는 혼자 중얼거렸다. "나머지 세 놈 물어보는 줄 알고 식겁했네"

 편안히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지 마눌님 꿈에 와서 해준 현장 리포트란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는 담장이 있는데 어느 날 아침 순찰 돌던 천국 경비 천사가 담장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고 지옥 경비 마귀에게 따졌단다. "야~니들이 죄인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서 이렇게 큰 구멍으로 불법 입국하잖아. 이 구멍 어떻게 할 거야?" 마귀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따졌단다. "야~ 우리 쪽에서 구멍 낸 증거 있어?"

 천사가 약이 올라 말했단다. "아니? 천국에서 지옥 가는 미친 사람이 어디 있어? 당연히 너희 쪽에서 도망가려고 구멍 낸 거지. 이 구멍 너희들이 책임지고 막아. 알았지?", "우린 절대 못해" 막무가내로 우기는 마귀의 행동에 화가 난 천사가 소리쳤다. "좋아. 그럼 법대로 하자" 그러자 마귀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법대로 해봐. 변호사, 판검사, 국회의원 다 여기 있으니 겁날 것 없지" 요즘 법조계 비리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오다보니 나온 말 같은데 상당히 씁쓸하지만 웃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웃는 소리도 직업별로 다 다르단다. 수사반장은 후후후(who who who), 요리사는 쿡쿡쿡, 축구선수는 킥킥킥, 악마는 헬헬헬(hell hell hell), 살인마는 킬킬킬(kill kill kill), 어린이 키득키득(kid kid kid), 인기가수는 싱긋싱긋(singgood singgood), 원로가수는 생긋생긋(sanggood sanggood), 화장실 청소부는 피식(pee shit), 남자무용수는 헤벌레(he ballet), 여자무용수는 허벌레(her ballet), 남자바람둥이는 허허허(her her her), 여자바람둥이는 히히히(he he he), 우리네 정치인들은 어찌 웃을까? 아마도 '표표표'라고 웃을 것 같다.

 출근길에 나선 딸과 엄마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엄마 왈 "늦어?", 딸 "응 늦을 듯", 이어 엄마 "올 때 밤길 조심하고 낮선 남자가 불러도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딸의 대답 "잘 생겼으면?" 이 대화를 보면서 엄마는 우린 민초들이고, 딸은 꼭 우리 정치 현장을 보는 것 같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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