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라는 말은 그것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라고 한다.


강한자에게는 약하고,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용기라는 말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힘없고 가난한자들을 위해 몸을 낮추고 대변할 때 그것이 진정한 정치가 아니겠는가.


어제 증권신문에서 미국의 정치상황과 관련한 기사를 읽고 진정한 지도자의 리더쉽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게되어 소개하고자한다.
"내가 일을 망쳐버렸다"(i screwed up)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대부로 불리는 톰 대슐 보건장관내정자의 세금문제와 관련하여 사퇴 직후 언론과의 회견에서 밝힌 이 한마디가 들끓던 미국의 여론을잠재웠다고한다.


인사문제로 인해 국정이 취임초부터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였다.


자신의 개혁이미지가 무너지면서 "저게 워싱턴 정치를 바꾸겠다던 사람의 인사냐"는 비판여론과 또 선거때부터 들어왔던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정면으로 헤쳐나갈 돌파구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해도 오바마의 이 같은 모습은 과거 백악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애덤 나고니 백악관 출입기자는"조지 부시나 빌 클린턴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었다"면서 "부시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대통령의 '발가벗은 사과'는 뭔가 전임자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오바마가 이렇게 방송마다 국민들을 향해 '무릎꿇고 사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오바마 행정부가 진행하고자 하는 경기 부양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다.


사실, 현재 미국 의회의 지형을 볼 때, 오바마는 공화당의 지지 없이도 큰 무리 없이 행정부 의도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수 있으며 정책을 밀어부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원하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와 진보 성향 국민들만의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지지도도 높고 양원도 장악하고 있는 마당에, 오바마가 이처럼 공화당 의원들에게 또 미국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1조 달러에 달하는 혈세가 들어가는 경기 부양책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 없이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산 재개발 지역 화재참사에 대한 정부의 사과, 또 참사를 부른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각계의 사퇴요구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정부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미국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진정한 리더십은 낮고 가난한 자를 섬기려는 정치인들의 겸손한 용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우리 정치인들도 배웠으면 한다.


우리국민들에게 주로 변명과 부인뿐인 현정부의 지금모습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을 알아야하며, 힘없고 가난한자들을 내모는 정치가 아닌 그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정부의 진정한 용기를 기대해본다.

▲ 김용수 손해사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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