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살다보면 기쁜 일, 슬픈 일을 경험하게 된다. '삶은 희로애락의 교향악'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인생관과 가치기준에 따라 느끼는 즐거움의 순위도 각기 다르겠지만 군자삼락(君子三樂)은 맹자(孟子)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오래전 어느 행사에 참석해서 그리고 어느 글에서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을 다르게 말씀하거나 글로 적은 것을 보았기에 그 내용을 소개해본다.

 맹자(孟子)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君子有三樂), 왕이 되어 덕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而王天下不與存焉)고 했고,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고 형제들이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而王天下不與存焉)이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땅을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仰不愧於天, 俯不愧於人)이요, 천하의 영재들을 얻어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得天下英才而敎育之)"이라고 했다.

 불가에서는 인생의 팔고(八苦)에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거나 헤어지는 고통을 들고 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고 형제자매와 자녀들이 무고하다면 이 보다 더 큰 기쁨이 있겠는가. 서산대사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부자굴 부자고(不自屈 不自高)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비굴하지도 자만하지도 않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고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고 의연(毅然)한 자세로 살아간다면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한때는 중앙부처에서 행정직 국가공무원으로 근무했지만 법학을 전공한 비사범계 출신인 국외자(局外者)가 준교사로 시작해서 모교인 청주고에서 교사로, 그리고 교장으로 퇴직하기까지 보낸 32년 6개월의 세월은 내게 삶의 보람을 안겨준 세월이었다. 한 설문지에 사제지간이 돈독한 제자의 숫자를 묻는 항목이 있었다. 나는 제자를 숫자로 밝히기 곤란하다고 했다. 사제 간의 관계를 한계를 그어 숫자화하고 싶지 않았다. 제자들을 가르친 기간이 15년 6개월이란 짧은 기간이지만 충주중 청주고, 청주여고 등 여러 학교에서 교사, 교감, 교장을 거치며 맺어진 인연은 많은 편이다.

 지금도 칼럼을 쓰고 있고 고사성어를 넣은 김재영 칼럼을 6개 신문에 쓰다 보니 강의원고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 26개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다니다보니 제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제자들 중에는 각 분야에서 고위직에 오른 모습도 많이 보지만 순경이나 9급에서 출발해서 초급간부인 제자를 강의 중에 만나면 기쁘고 기관장과 학생시절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귀가길에 오르니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청주고 교장실로 학생시절에 건강했는데 앞을 못 보게 되었지만 안마사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전화를 해온 제자가 떠올랐다. 제자들이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대견스럽고 보람을 느끼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에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스승의 길, 백세지사(百世之師)라는 말이 있지만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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