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벌은 5000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하여 현재 2만여 종이 살고 있는데 말벌처럼 무서운 독을 지닌 종도 있지만 꿀벌들처럼 인간에게 최고의 달콤함을 선물하는 종도 있다. 꿀벌이 주는 달콤한 꿀도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지만 사실은 자연생태계의 유지를 위해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먹거리를 위해 재배하고 있는 식용작물의 75%는 외부의 힘으로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주는 수분(受粉)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활동이 주로 꿀벌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꿀벌이 사라지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선 생태계 나무의 열매나 씨앗을 먹고 사는 새 종류나 동물들은 점점 더 그 수가 감소하다가 결국 멸종할 것이다. 그러면 그 새와 동물을 먹고 사는 더 큰 동물들이 먹이사슬의 원칙에 의해 멸종하면서 지구 생태계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생태계의 파괴만이 아니고 농작물의 수량도 급감하게 되면서 사과, 배 체리와 메론 등의 과일 값이 고공행진을 하게 될 것이며 곡식이 태부족으로 모자라게 되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 인구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되고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지구상에는 기아가 난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6년 미국에서는 부저병이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꿀벌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9년부터 번지기 시작한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악성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토종벌들이 거의 멸종 직전에 다다랐으며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토종벌 농가에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의 토종벌은 76%가 폐사했다고 발표하였는데 아직도 완전한 치료약이나 예방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자연생태계에서 나타나는 벌집 붕괴현상을 CCD (coiony collapse disorder)라고 하는데, 이런 현상의 주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분별한 농약사용, 휴대전화 전자파, 기상이변과 기생충, 유전자 변형 작물의 영향, 바이러스 등의 많은 원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는 벌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의 유력한 원인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4년 안에 인류도 멸종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이 놀라운 경고가 사실로 다가 올까봐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작금이다. 꿀벌들의 벌집 집단 붕괴현상의 모든 원인들이 문명의 발전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제 무관심속에 방치해 두었던 벌들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그들이 멸종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일을 몇몇 양봉인 들의 몫으로 밀어놓아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로 대책반을 구성하여 대책을 수립하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국가적으로 국제 공조도 유지하면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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