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미국이 선제타격, 나아가 도발을 원천 봉쇄하는 예방타격까지 불사할 태세다. 마이클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달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위협한다면 자위적 차원에서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발언, '북폭(北爆)'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군 최고 지휘관 출신인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서맨사 파워 미 유엔주재 대사가 9일 판문점을 둘러보고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모든 도구를 다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아주 강경한 표현을 했다. '모든 도구'는 전술핵, 선제타격 등을 함축한 용어다. 북폭이 언제든 현실화 될 수 있음을 또렷이 각인시켜줬다. 미국의 선제공격은 5차 북 핵실험보다 보름 앞선 8월 24일 북 SLBM 시험발사 성공 이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공격 모드로 급선회한 것은 핵이 자국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폭의 구체적인 시기를 내년 하반기 쯤으로 추정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완성 시기, 국제 여론 조성·명분 쌓기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 계산 결과다. 북폭으로 전면전 발발 우려도 있지만 안 하면 더 문제다. 핵무기를 배경으로 북한이 미국과 직접협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 협상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남북한 전면전 시 미 지상군 투입 포기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이 한반도를 차지하더라도 친미 국가가 되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미국이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다. 방산비리는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다. 군 장성들 대다수는 한반도에선 절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 같다. 이런 전쟁 무감각이 만연해 방산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정밀한 대응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북한이 통치력 진공상태가 된다면 지상군을 투입해 신속히 북한의 각 광역시도를 장악하고 북한군 무장해제와 중국군 내습 방어, 군정 실시 등 선무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120만 북한군을 제압해 무장을 해제하고 북한 전역을 안정화 시키려면 적어도 1개 도에 2개 사단씩, 평양에는 5개 사단 등 모두 25~30개 사단이 필요하다. 남한 방어를 맡을 병력 20개 사단은 별도다.

 그러나 현재 군은 이렇게 병력을 전개할 상비사단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육군 42개 사단 중 후방지역을 방어할 향토방위사단 23개와 전시 동원예비군으로 편성되는 동원보병사단 8개를 제외하면 전선을 지켜야할 기계화보병사단 6개, 보병사단 16개로는 북한 지역 선무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다.

 통일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인지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 빠져 군 복무기간 단축을 되풀이 해왔다. 출산율 저하로 병력 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는 형편인데도. 군 체제를 현대화한다는 명분에 보수 여당도 경쟁적으로 병력 축소에 앞장서 왔다. 군사력의 뒷받침이 없이는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상황을 주도하기 어렵다. 무기체계의 현대화는 당연히 추진해야 할 일이지만, 통일 과정에 요구되는 인적수요는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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