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일본 문부성에서 한국의 대입제도 벤치마킹에 나섰다. 40년 전에는 우리가 일본 측에 벤치마킹을 했는데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일본 문부과학성 대학입시센터 관계자와 주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 등 6명이 서울대 입학본부를 방문했다. 일본 '대학입시지원센터'는 우리 측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대입시험인 '대학입시센터시험'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측 관계자들은 2015학년도에 국내 도입된 정성평가(질적 기준에 따른 평가)방식인 학생부종합전형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1970년대 우리나라 대입 제도였던 '예비고사 후 대학별 본고사'의 원조였다. 일본은 19세기 말 근대 대학 체제를 수립한 이후 현재까지 센터 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원하는 대학에 지원한 뒤 해당대학이 주관하는 자체 본고사를 치르는 입시 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시험 성적에 따라 입학생을 선발하는 입시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2019학년도부터 정성평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40년 전 우리나라 대입 제도의 모델이었던 일본이 이제 한국 입시를 참고하겠다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집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우리나라 제도가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해왔다는 점이다. 우리도 선진국의 입시 제도를 벤치마킹하면서 계속적으로 우리 실정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오늘날 대학입학제도의 근간은 미국식이다. 하버드대의 입시 제도를 많이 답습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에 주안점을 둔다면 미국은 입학보다는 교육과정과 교육내용, 교수학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1995년 우리나라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미국 하버드대 등 선진 대학 입학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그 당시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다. 학생부의 공정성 담보가 제일 큰 관건이었다. 고등학교에서의 내신 등급이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했다. 사회 선행 부가점 부여는 결국 실패했다. 미국사회의 토양에서는 가능했지만 우리나라 토양에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하버드대 측에서는 대학에서 고등학교의 입학인원을 임의로 할당한다고 한다. 아직 우리는 그 정도의 성숙한 사회로 발전하질 못했다. 대학별 본고사를 부활하자는 측과 현행제도를 유지하면서 보완하자는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본 측에서 대학본고사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 측 대학입학 제도를 벤치마킹하는데, 우리 측 일부에서는 일본이 현행실시하고 있는 본고사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대학본고사에서 현행 대학입학 제도로 발전한 것은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학본고사 부활은 과열된 입시교육과 사교육 확대, 국·영·수 편중으로 치닫게 될게 자명하다. 현행 대학입학 제도를 보완해 가면서 극에 달하는 방향전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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