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일 때문에 청주교도소에 가끔 간다. 그곳에 갈 때마다 하늘을 꼭 세 번 보는 습관이 생겼다.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번, 교도소 안의 마당 앞에서 한 번, 접견을 마치고 교도소 정문을 통과해 나가면서 한 번이다. 분명 같은 곳에서 바라보는 똑같은 하늘인데도, 왠지 느낌이 다르다. 늘 그렇다. 어쩌면 스스로 뭔가 다를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며칠 전에도 완연한 가을 날씨에 모처럼 높아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역시나 마찬가지로 무거운 마음으로 교도소 내 피고인 접견실에 갔었다. 가기 전 그날 만나게 될 피고인의 기록을 보고 변호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지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동종 전과로 징역형을 살다가 만기 출소한 바로 그날, 똑같은 내용의 범죄를 또다시 저지르고 다시 구속되어 교도소에 갇혀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이었다.

 재판부로서도 그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 여지가 전혀 없을 만큼 동종 전과가 너무 많았고, 게다가 법적으로 집행유예는 바랄 수도 없다.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인생을 아깝게 허비하며 살고 있는지 이야기나 한 번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피고인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너무도 선한 얼굴을 한 피고인이 왜 그랬냐는 질문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잘 모르겠어요"라고 수줍게 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환각물질을 흡입했다는 범죄사실로 수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고. 치료감호도 받았다. 자그마치 2년이나 교도소에 갇혀있었고 치료감호도 받았는데, 왜 출소한 바로 그날 또다시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환각물질을 흡입하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캐물을 수 없었다.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겼고, 친구도 없어 탄원서 한 장 받을 곳이 없다고 조용히 말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도 처연한 그의 태도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접견실을 나오며 하늘을 봤다. 그 피고인도 수용실로 돌아가며 그 하늘을 보았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쯤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가 다시 한 번 바깥세상에서 제대로 살아볼 기회를 갖기 위해 자신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물어보고 싶다. 저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을 보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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