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빼곡한 건물들, 도로는 온통 차들로 북적대고 사람들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이리저리 바쁘게 오간다. 나도 그들 틈에 끼여 한참을 서성였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노란 풍선을 들고 가다가 놓쳤는가보다. 도심의 하늘로 소리 없이 오르기만 하는 풍선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며 아이는 손을 끝없이 뻗었다.

 그렇게도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산과 들에는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여름이 뜨거웠기에 가을은 달콤하고 풍성하다. 여름 내내 비바람을 견디고 천둥번개를 이기며 뜨거운 햇살을 받아 속을 알차게 가득 채운 벼가 은은하면서도 구수한 향기를 내뿜는다. 성성한 가시 속에서 붉은 밤톨들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여름내 그 뜨거운 태양빛을 퍼 나르던 잎 새 속에서 가을이 영글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기어이 성성한 밤송이를 따내려 밤을 까고 탱글탱글한 알밤을 손에 넣었다. 세상 밖의 것을 포획한 자의 기쁨인가! 붉은 밤톨 몇 개에 기분이 참 좋다. 손바닥에 놓인 밤톨위로 노란 풍선이 스쳐간다. 그리고 그 안에 조그만 아이로 내가 서있다.

 푸른 가시 속에 붉은 밤톨! 창공으로 끝없이 떠오르는 노란 풍선! 그리고 그 풍선을 좇는 나의 시선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클로즈업이 되고 있다. 바라보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풍선은 가을하늘을 끝없이 떠오르고 있다. 성성한 가시 속에선 붉은 밤톨이 탱탱하게 영글었다.

 여름이 낳아 준 열매들이 알알이 익어가는, 이 가을 속에 서 있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하고 풍요로워진다. 자연은 우리에게 낱낱이 따지지 않고 모든 걸 그대로 다 내어준다. 퍼주고 나누어 주는 이 가을 속에서, 내 마음 속엔 무엇을 담아놓고 살아왔는지! 나누고 퍼주는 이 가을을 닮은 마음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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