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설렘'이란 말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이 좋은 것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필자는 지난달 내내 설렘 속에서 지냈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스페인을 간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동안 여행을 적잖이 다녔지만 이번만큼 설렜던 적이 없던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목적지를 정한 뒤 그에 걸맞는 책을 열심히 보았다. 이번 여행이 특별히 더 기다려졌던 것은 여고동창생이며 문학을 같이 하는 '사오정'이라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새벽어둠을 더듬으며 터미널에 모인 우리 사오정은 커다란 여행 가방을 사이에 두고 한 컷 사진을 찍는 것으로 9일간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스페인까지 비행시간은 열두시간이다.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간다는 기대에 지루한지도 모르고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보다 일곱 시간이 늦은 스페인에 도착하자 현지 시각으로 저녁7시쯤 되었다.

 마드리드에 있는 바라하스공항에 내려서 바라본 하늘은 우리의 가을 하늘보다도 더 높고 푸르렀다. 국가 전체가 성당문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은 수도인 마드리드를 비롯하여 우리가 관광한 10여개의 도시 대부분이 중세 성당을 관광 상품화하고 있었다. 사라고사는 화가인 고야가 태어난 곳이다. 고야의 명성답게 그곳에는 고야의 박물관이 있고 그 앞에 고야가 직접 성화를 그린 삘라드 성당이 있었다. 1781년도에 건축을 시작했다니 그 역사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

 성당은 겉모습부터 기를 죽였다. 그 규모에 먼저 놀라고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떠나기 전에 많은 기대를 했던 프라도 미술관도 갔다. 세계 4대 미술관인 프라도 미술관에서는 화가 고야의 많은 작품을 관람했다. '뒤러의 아담과 이브', '벨라스케스의 하녀들', '엘그레코의 십자가를 짊어짐' 등 작품을 관람하면서 톱아 보는 내 눈이 호강을 했다.

 고야의 명성 못지않게 가우디라는 천재 건축가의 열정과 아티스트적 재능에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1883년 설계하여 건축을 시작한 성가족성당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2026년에야 준공예정이란다. 이 성당에 하루 만 여명의 관광객이 입장을 한단다. 그 입장료 수입으로 건축비를 충당하고 있다니 가우디는 죽어서도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고 있지 싶다. 이런 성당 하나쯤 우리시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여행은 삶의 활력소다. 열심히 산 자신을 위해 여행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어 여행계획을 세우곤 한다. 기다리는 설렘과 멋진 추억이 있는… 조선후기의 홍석주선생도 여행에 대하여 언급했는데, 엄한 스승과 좋은 벗에게 배우고, 옛 사람의 책을 읽고, 길을 떠나 유람을 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 또한 큰 배움이라고 했다. 그렇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문화를 배우며 성장하는 것 같다. 문화는 만드는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즐기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또 다른 설렘과 기대로 새로운 여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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