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아침저녁으로 얼굴에 부딪치는 시원한 바람이 제법 상큼하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가을 햇살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빠져들어 흔히 말하는 계절을 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나이에 관계없이 사춘기 소년처럼 수줍은 미소를 짓기도 한다. 온갖 색깔로 채색되어 펼쳐진 산자락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지친 몸과 마음을 감싸주는 것 같다.

 며칠 전 TV에서 방영된 교양프로그램에서 도시 생활에 지쳐 먼저 귀농한 부모님이 살고 있는 영양으로 내려와서 고추를 농사를 짓는 젊은 여성의 일상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았다. 봉사활동을 다녀왔던 마을과 가까워서인지 특별한 관심을 들었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상경하여 직장에 요리사로 취직하여 생활하던 주인공은 새벽부터 자정까지 2년여 정도 일에 쫓기며 정신없이 살았다고 한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게 되고 결국 몸도 마음도 지쳐 부모님을 찾아가서 함께 생활하며 안정을 찾게 되었다. 고추 농사를 함께 하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알게 되고 비로소 일상의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까만 얼굴로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보게 되었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은 장래의 삶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어려움을 느끼며 견디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패할 수 있는 용기도 결국 젊은이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구나 각자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행복을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것을 찾는 과정과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추구하는 목표는 오직 하나일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가 있어야만 꿈꾸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눈부신 가을 햇살은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게 하며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더불어 생명력을 갖게 하는 건강한 에너지를 준다. 송아지는 몰아가지 않아도 어미 소를 따라간다고 한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자연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나뭇잎이 온갖 색깔로 물들어 가듯 삶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흘러간다. 한 권의 시집을 들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던 청소년기의 그 가을의 따사로운 햇살이 그리워진다. 가족들과 함께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음에 진정 감사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