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권 경감 음주 후 순찰차로 귀가"
충북경찰청에 투서 접수… 감찰 조사
인사철 앞두고 무고 투서 등 악용 우려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조직 내 '갑(甲)질' 내부 단속에 본격 시동을 건 가운데 충북경찰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 동안 관행으로 굳혀진 우월적 지위를 내세운 부당·불법 지시와 사적 심부름, 인격 모독 등이 갑질 행위로 치부돼 척결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충북경찰청 산하 3급서 과장급 간부가 갑질 의혹으로 대기발령된데 이어 청주권 경찰서의 한 경감도 갑질 행위를 했다는 투서가 접수돼 감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청주권 경찰서에 근무하는 Q경감이 갑질 논란에 휩싸여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 투서에는 Q경감이 얼마 전 지구대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 기사를 요청했으나 장시간 배차되지 않자, 부하 직원를 시켜 순찰차로 귀가하는 등 평소에도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의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혹을 받는 Q씨는 감찰조사에서 "차를 지구대에 세워둬 그곳에서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렸다"며 "순찰을 나가다 이를 본 직원들이 마침 같은 방향이라며 호의로 차를 태워줬던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14일에는 3급서 과장이던 Z경정이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차량 수리를 맡긴 뒤 수리비를 주지 않고, 지역 특산물을 선물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Z경정은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경찰이 조직 내 갑질 문화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계급을 앞세운 비위 행위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갑질과의 전쟁' 선포 이후 수사 주체인 경찰부터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총수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자칫 억울한 간부가 나올 수도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인사철을 앞두고 정상적인 업무지시를 갑질 행위로 둔갑시켜 경쟁자를 음해하는 유형의 투서가 쏟아질 수 있다.

부정청탁금지법과 맞물려 갑질 행위의 무분별한 신고가 되레 조직의 소통 문화를 위축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갑질 행위에 대한 명확한 선이 없어 작위적 판단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한 지역경찰은 "'호의'와 '갑질'을 어느 잣대로 받아들여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나도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행동에 있어 조심하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며 "'갑질 단속'을 악용할 소지도 있어 자칫 조직 전체가 경색된 분위기로 번질까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서의 팀장급 간부는 "회식에 모두 참석하라는 말도 못하는 시국이다. 부정청탁금지법 때문에 각자 돈까지 걷는 마당에 강제로 회식자리에 오게 했다고 투서하면 어쩌냐"며 "좋은 취지인 건 맞지만 이래저래 요즘 위축되는 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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