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돌이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8년 중 4.4% 정도였던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2015년에는 3.3%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저성장은 결국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게 되어, 여전히 디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의해 등장한 새로운 경제 질서이자 기준'이 바로 '뉴노멀(New Nomal)'이다.

 뉴노멀은 IT 버블(거품)이 꺼진 2003년 미국 벤처 투자가 로저 맥나미가 처음으로 언급했으며,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세계 채권투자회사인 핌코(PIMCO)의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엘 에리언이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전 시기를 올드 노멀(Old Normal)이라 규정하면서, 더 이상 글로벌 경제가 올드 노멀로 회귀하지 못하고 뉴노멀에 정착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사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과 규제완화로 경제성장을 도모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을 펴나갈 수 없을 만큼 저성장 시대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선진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정부와 가계 및 기업이 적극적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저성장·저소득·저수익 등의 현상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3%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저물가와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그 만큼 경제의 활력이 저하되었기에 경기 부양 정책을 펼쳐온 것이다. 그런데도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신산업 창출이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투자도 저조한 실정이다. 게다가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로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선진국의 주요 시장인 신흥국의 구매력이 축소되어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 시대에 국가채무·가계부채·소득 및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어 세계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선진국들은 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확장시켜 경기 부양에 주력해옴으로써, 경기 급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효과의 지속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을 평가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오늘의 경제부진은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과다한 부채의 디레버리징이나 인구 고령화 등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총수요 관리정책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결국 바람직한 대응은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제고정책'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중국의 경우 산청타이(新常態)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략은 고속성장의 부작용과 한계를 인정하고, 6~7%의 중속 성장을 수용하여, 이에 맞춰 제반 경제의 체질변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국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도 야심차고 주도면밀한 경제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해 나가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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