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단군 이래 최초의 엽기적 사건이라는, 40년 지기 두 여인의 국정 농락으로 인해 국민들은 모욕감을 넘어 패닉상태다. 갈 곳 잃은 배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형국이다. 그 배에 탄 선원들은 누구에 의지하여 길을 찾을 것인가. 얼마 전 발표된 노벨상 이야기에 지금의 이 암담한 현실은 빗대어 볼 수 있다.

 해마다 10월이면 세계의 관심이 노벨상에 집중된다. 2014, 2015년에 이어 올해도 일본학자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 25명 가운데 22명이 자연과학 연구자니, 노벨상을 통해 과학기술 강국임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일본과 견주고 거기에 생사를 건다. 일본과의 스포츠 경기를 보면 그 열기가 가히 하늘을 찌른다. 이기면 세상을 다 얻은 양 의기양양하고, 지면 어쩐지 의기소침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의 교육관은 왜 따라잡으려 하지 않을까.

 일본이 노벨 과학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꾸준한 재정적 지원을 수반한 장기적 국가 정책, 특유의 타인 존중 문화, 그리고 학계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낸 쾌거다. 일본은 패전의 상처를 딛고 1970~80년대부터 서양의 지식과 기술 수입을 넘어 자체적으로 기초과학 분야 육성에 힘써 왔으니, 노벨상은 반세기를 투자한 가시적 성과다.

 맡은 분야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사회에 진 빚을 갚는 길이라 여기는 정신, 타인의 생산물과 성취를 인정해 주는 문화, 관심 분야에 평생을 몰입하는 '한 우물 정신'이 과학강국 일본을 만들었다.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은 진지하고 꾸준한 연구 자세를 지녔고, 수상 후에도 그런 자세에 털끝만큼의 변화가 없었으니 어찌 제자들이 따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우리의 현실과는 극명하게 비교된다. 한국의 교육열은 상상을 초월하여 오바마 대통령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오늘날의 한국 건설에 그것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국의 수명은 반세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손만대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과연 이 말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진 고위 공직자들이 한국에 존재하는가.

 국민의 눈에는 그들 대다수가 눈앞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급급해 대의를 잊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 많은 과학영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것이 일류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인가. 백 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 정책을 실천하는 나라의 말로는 불 보듯 뻔하다. 아니 이미 많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원수지간이라도 취할 것은 취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서구가 인정하는 일본의 동력은 장기적 안목으로 차근히 실천하는 국가 정책과 '한 우물 정신'을 실천하는 연구자 개개인의 교육철학이다.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그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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