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청주예미담병원 오종현 원장

[제공=청주예미담병원 오종현 원장] 우리가 인간으로서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과거의 사실만을 단순히 기억하지 않고 감정과 엮어 하나의 특별한 사건으로 간직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 중 하나이다. 최근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과 같은 인간의 정신능력을 모방하는 시도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순한 사실의 기록이 아닌 감정과 섞이고 정서의 색채를 입힌 형태의 인간다운 기억은 모방해 내긴 어려울 것이다. 정신의학적으로 기억이란 시간에 걸쳐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의 하나이다.

단순히 이런 학술적 의미에서만 본다면 너무나 건조하고 간단하게 느껴지지만 기억하는 능력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알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과거의 있었던 일을 경험으로 삼는 등 거의 대부분의 삶에 연관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내가 누구의 아버지, 어머니이며 누군가의 남편, 부인이며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해왔으며 내가 행복을 느꼈던 것은 무엇인지 등등을 기억할 수 없다면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전술한 대로 기억은 시간에 걸쳐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의 하나이다. 학술적으로 기억은 기억이 유지되는 정도에 따라 일시적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일시적 기억은 감각기억과 단기기억으로 분류되며 단기기억 중 복잡한 정보들을 조작하고 구성화하는 과정을 강조한 작업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기억은 사건이나 지식을 의식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서술기억과 습관과 같은 의식과는 관계없이 어떤 과정과 연관되는 비서술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대략적인 개념을 보면 단기기억 같은 경우는 감각적 느낌, 연필과 종이 없이 전화번호 암기하기, 직장에서의 일처리, 복잡한 일의 순서정하기와 같은 일에 관련되며 장기기억의 경우에는 친구 생일파티에 있었던 일이나 어제 있었던 일 등 개인이 겪었던 경험에 대한 기억, 자전거 타는 법 배우기 같은 것과 연관이 된다.

위에서 알아본 여러 종류의 기억들은 하나하나가 단절된 개념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기억이 형성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단 신체의 감각기로부터 들어오는 감각을 바탕으로 감각기억이 생기고 우리의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감각기억에 주의를 집중한다. 이후 주의 집중을 얻은 감각 기억은 단기기억으로 전환되며 전환된 단기기억이 반복적으로 되뇌여 지면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이 과정 중에서 중요하지 않거나 다음단계로 진행되지 않았거나 오랜시간 되뇌여지지 않은 기억은 망각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능력인 기억력에 손상을 주는 병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병의 종류에 따라 손상되는 기억력의 종류가 다르게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의 경우에는 장기기억 중 최근 사건을 기억하는 능력이 더 저하가 되며 뇌졸중 후 발생하는 피질하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작업기억의 저하가 나타난다. 드물지만 루이소체 치매의 경우에는 시공간과 관련한 작업기억에 저하를 보이며 의미 치매의 경우에는 단어는 기억하나 그 의미를 망해버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직까지 우리는 손상된 기억을 복구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나의 기억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학술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뇌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행동, 음주, 흡연, 마약과 같은 약물을 피해야 함은 당연하며 달력, 메모지, 스마트폰에 기록을 하고 반복해서 되뇌이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노인의 경우에는 카드게임, 장기, 바둑, 게이트볼과 같은 취미를 가져 뇌 활동을 쉬지 않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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