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기기식 해명에 비난 거세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정말 계급이 깡패입니다."

충북경찰청 산하 청주권 경찰서의 한 지구대장이 음주 후 순찰차를 타고 귀가했다는 투서가 접수돼 감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본보 26일자 5면)과 관련, 이를 두고 '호의(好意)'와 '예우(禮遇)'라는 일부 상급자의 인식에 하위직 직원들이 '기가 차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순찰차 귀가'로 논란이 된 Q지구대장은 자체 조사과정에서 부하직원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염치없는 망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부하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Q지구대장의 해명으로 그를 순찰차에 태우고 귀가시킨 직원 2명이 징계 대상에 포함될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시각이다.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상관인 Q지구대장을 귀가시키기 위해 순찰차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 지구대 관할지역을 벗어난 것은 징계를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3급서 파출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한 경장은 "우리가 봤을 때 (지구대장이라면)엄청 높은 분인데 이런 경우에 한번쯤은 '모셔다 드릴까요'라고 묻는 게 예의 아닌가"라며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을 왜 윗분들은 모르시냐. 정말 계급이 깡패다"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부하직원에게 자신의 차량 수리를 맡기고는 돈을 주지 않은 의혹 등으로 대기발령된 3급서 과장인 Z경정의 갑질 행위를 두고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경사는 "최근까지도 인사 시기에 윗분들에게 감사 인사로 선물을 바치는 경우가 엄청났다. 남들 다하는 데 나만 안 하냐"며 "나중에는 '넌 인마 나 때문에 된 거야'라며 본인이 은근슬쩍 강요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 적발된다 해도 그냥 '호의'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뿐 아니다. 알게 모르게 아직도 구시대적인 갑질이 굉장하다"며 "세대가 다른 신입 순경들이 이런 모습을 과연 호의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선서의 한 경감급 간부는 "최근 갑질 행위로 논란이 된 사건 모두 예전 같으면 아무 것도 아닌 관행 같은 것인데 이런 것이 바로 만연된 갑질"이라며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세대가 변하면 조직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한다. 부하직원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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