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씨앗 뿌리고 꽃을 피우며 푸른 꿈을 향하던 발걸음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은 가을 깊숙이 들어앉았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품고 있던 사계절이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시간이기도 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형형색색의 깔들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색색의 단풍들은 그들이 견뎌 온 시간의 멍이다. 고통과 아픔이 승화된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면보다는 겉이 예쁘고 화려한 모습에 우리는 눈을 즐기고 삶 속에서의 힐링을 위해 산과 들을 찾는다.

 하지만 발갛게 노랗게 때론 갈색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을 황홀하게 해주는 그들은 시간의 수레바퀴 속에서 바람과 강렬한 햇빛과 폭우를 견디며 헤쳐 온 시간의 그림자이며 내면으로 타들어가는 마음을 표현하는 그들만의 언어들의 파편이다.

 문득 바람 한 점이 허공을 흔들고 지나간다. 그 위로 고운 단풍잎 하나! 하늘거리며 아래로 긴 선을 긋는다. 홀로 떨어지는 낙엽 한 장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나는 두려움이 일었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장 약해진다.  아직 길 떠나지 못한 잠자리 한 마리가 뱅뱅 돌고 있다. 어지럽다. 믿음위로 절망이 수없이 쏟아져 내렸다. 함께 호흡하고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는 이 가을이기를…,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다.

하늘은 아름다운 단풍잎에 묻은 세상의 분진들을 씻어 내리고 싶었던가! 한 방울 한 방울 내리는 빗물이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는 믿음으로 서로를 사랑 할 수 있는 씨알 하나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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