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세 명의 과학자가 탔다. 이 세 과학자 중 한사람인 브라운대 코스털리츠 교수(74)는 연구에 시작한 20대 나이에 이 분야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고, 그래서 기존의 과학에 도전할 용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뭐든 달려들 만큼 나는 젊었고, 어리석었다."고 했다. 이것이 청춘인데,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추구하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것을 정상으로 생각하니 안타깝다. 엉뚱한 시도와 무모한 도전을 어리석게 보는 현실이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세상에 대한 인간의 선입견은 매우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몇 해 전 미국의 한 대학에서 남녀 학생들의 수학 실력을 테스트했는데, 테스트 직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테스트는 남녀의 수학 능력 차이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 결과, 평소에 동일했던 남녀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다르게 나타났다. 즉 여학생의 성적이 낮게 나온 것이다. 이 결과는 우리가 믿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남녀 간의 능력에 대한 선입견은 첨단기술을 다루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대부분 기업에는 여성 엔지니어가 거의 없었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한 CEO는 남녀 구분을 없앨 수 있는 인터뷰 방식을 개발했고, 그 결과 여성 엔지니어의 비율이 순식간에 2배로 늘었다고 한다. 그 CEO가 이런 노력을 한 이유는 양성평등과 같은 거창한 사회적 기여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회사에 이익을 내려면 조직의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었다고 한다.

남과 다르면 "틀린" 것이 되어 버리는 세상에서는 혁신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한 게놈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났는데, 그 이유는 뒤늦게 연구에 참여한 한 과학자의 독창적인 연구 방식 때문이었다. 보통 연구자들은 하나의 유전자 지도를 그려놓고 그 안에 한 조각씩 분석을 하는데, 그런 방법으로 전체 지도를 완성하려면 수십 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산탄총 방식으로 유전자 지도를 마구 조각낸 후에 공통적인 조각들을 다시 짜 맞추는 방식으로 훨씬 빠르게 전체 지도를 완성하였다. 이런 창의적 사고는 아마도 그가 고등학교 졸업 후 제대로 대학에 가지 못하고 월남전에 참전하였을 때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때 산탄총을 쏜 경험이 있지 않았을까? 월남전 참전 후에 그는 전문대를 거쳐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이런 획기적인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SKY 대학을 나온 인재들만이 좋은 기회를 얻고 사회적인 성공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회 환경에 살고 있다. 그래서 대학입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된다. 하지만 그런 인재의 성공은 우리가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명문대생만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선입견만 깬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일본처럼 지방대학 출신의 인재가 노벨상을 탈 기회를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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