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도대체 세상이 왜 이리 어려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제총을 만들어 공권력을 유린하더니 어디서 어떻게 알지 말아야 할 사건에서부터, 인내심을 무너뜨리고 분노감을 일으키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 우병우 수석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참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검사출신답게 일을 잘 처리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을 수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안종범 수석의 개입정황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의혹만으로는 경질할 수 없다는 강심장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은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 모두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이 우리의 눈과 귀를 괴롭히더니 입마저 지저분할 정도로 최순실을 잠에서도 되뇌이게 해 이제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아니 영혼까지 약탈해 가는 듯한 자괴감에 많은 국민들이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최태민 최순실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였고 미국정부도 관련 정보 수집을 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해왔는데 지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딱 맞는 때라고 본다. 진실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치유가 더 시급하다. 이화여대의 평생교육사업 지정에서부터 시작된 일은 시작과 끝이 최순실 주인공이었다. 강압에 의한 것인지 공생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정부나 교육부의 사업에 다른 대학보다 많이 선정되면서 이화여대의 약진을 능력이고 보고 부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정유라의 특혜입학과 성적처리에 연유되었다는 것은 대학인에게는 큰 모독이다. 부화뇌동한 대학당국과 학점을 준 교수 모두 문제이고 지금 김영란법 시대라면 신고대상이 되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앞서 나가는 추측보도로 본말이 전도되어 쟁점을 높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 국가권력의 영향력행사로 인해, 즉 이권개입이나 압력에 의한 모금 등이 이었느냐이다. 아무리 '기업은 털어서 먼지 안 난다는 곳은 없다'고는 하지만 상상도 못할 거액을 자발적으로 낼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둘째, 모금한 후 정상적인 사업보다는 이권개입과 회유로 사업이나 예산을 따내고 교묘하게 돈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유용에 대한 명확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재단의혹에 이어 연설문 등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비밀유지는 물론 개인적 비선실세로서 국정을 농단해 왔음을 과연 인지하지 못했는지 의심스럽다. 공적인 자격이 아닌 사적 신분으로 청와대를 수시 출입했다는 것도 기강해이이자 국정농단이다.

 이제는 국정의 샤머니즘이라는 표현까지 거론되고 있다. 개인이나 자정에서도 위험해 가정을 파탄지경으로 이끌고 가는데, 이단종교단체의 재산헌납을 초월한 영혼의 몰입으로 생활과 행동을 사생결단으로 몰아가고 있음에 슬프다 못해 비통한 심정이다. 국정농단을 당했다는 현재 당사자의 상실감은 극에 달해 있을 것이다. 이제 망가진 우리 국민들의 영혼은 누가 달래주려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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