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수필가·벨로체악기사 대표

[이대성 수필가·벨로체악기사 대표] 살아 있는 온갖 생명체가 활기차게 움직이는 희망찬 아침이다. 영롱한 이슬을 머금은 이름 모를 들풀과 가녀린 들꽃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 수줍게 흐르는 무심천의 맑은 물소리는 훌륭한 연주자의 멋진 연주처럼 평안함을 안겨준다. 새벽을 깨우는 듯 숲에서 들리는 새들과 풀벌레의 청아한 지저귐, 그곳에서 뿜어내는 향긋한 풀내음은 나의 몸과 마음에 안락함과 삶의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상큼한 공기는 내가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피부로 느끼며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오게 한다. 오늘도 물가의 산책로 위는 제각기 운동하는 사람들의 활기차고 행복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양팔을 높게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 사람, 애완견을 앞세워 걷는 사람, 마라톤 선수처럼 뛰는 사람,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쏜살같이 내달리는 사람, 웃음 띤 표정의 노부부가 정담을 나누며 한가롭게 걷는 등 모습과 방법은 달라도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어제 온종일 비가 온 뒤 간밤에 그친 뒤라 온갖 생명은 더욱 생기가 넘쳐 난다. 길가에 수줍게 자라던 클로버는 진한 초록의 잎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소복하게 나온 하얀 꽃은 새색시의 고운 이처럼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한 계절 한철, 기껏해야 한 달 남짓 피다 지는 꽃들이지만 지는 날까지 화사하게 웃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꽃밭에서 수십 년 사는 나는 저 꽃들처럼 환하게 웃음 지으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각양각색 생명체의 활기찬 움직임에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지며 새로운 힘이 솟구친다. 태고의 신비한 천지창조 기운이 전달되는 느낌이다. 살아있는 온갖 생명체가 활기차게 움직이며 새벽을 깨우는 이른 아침 무심천의 풍경은 새로운 희망이며 삶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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