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한 해의 풍요를 거두는 수확의 계절, 어느덧 벼 수확이 마무리 되어가고 겨울을 맞이하는 김장철로 접어들었다. 벼농사는 올해도 풍년이 들었지만 훈훈하고 풍요로워야할 농촌의 분위기가 썰렁하기만 한건 웬일일까? 쌀 소비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쌀 재고량이 증가한데다 금년으로 4년째 풍작이 이어지면서 산지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13만 원 초반 대까지 떨어져 전년 동기 대비 16%정도 하락했다. 금년도 풍작으로 인해 쌀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농업인들의 심기가 불편하고 분위기마저 좋지 않아지는 것이다. 현재의 쌀값을 보면 1995년도 수준이 13만 7천 원 수준보다 더 하락한 셈인데 실제 생산비는 그때 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보면 우리의 쌀농사는 20년을 거꾸로 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에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거쳐 쌀 수급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을 보면 금년도 쌀 생산량 초과분으로 30~35만 톤을 전량 수매해서 시장 격리하고 10만 ha의 농업 진흥지역 경지를 해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결국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자유시장 경제 속에 쌀 재고량은 늘어만 가고 농업인들의 쌀 값 하락에 대한 걱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도 딱 떨어지는 비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남아도는 쌀 문제로 골치가 아파지면서 바다에 쌀을 버리기까지 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쌀 재고량이 200만 톤 아래로 내려갈 정도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쌀로 만든 우유인 '라이스 밀크'를 만들어 식품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쌀 함유량을 높인 맥주, 쌀로 만든 콜라가 속속 출시되면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례로 초밥 체인점인 쿠라 코퍼레이션에서는 쌀누룩을 주원료로 다른 첨가물은 넣지 않고 탄산만을 넣은 '샤리 콜라'를 내놓았는데 마치 막걸리에다 사이다를 섞어 놓은 듯한 맛으로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료용 쌀 품종을 개발하고 쌀을 사료로 사용하여 사료 수입에 따른 대체효과와 쌀 수요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편의점 매출의 증가에 따라 편의점을 타깃으로 하는 쌀 소비 전략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미 편의점을 통한 즉석 밥용 쌀 소비가 12만 톤이 넘고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불과 3년 사이에 편의점 쌀 소비가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가까운 미래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세계인구의 증가로 지구 전체가 식량난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상아래 먼 미래를 보는 쌀 농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쌀 경지면적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서도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쌀 생산을 도모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쌀 소비를 확충할 수 있는 식품생산 정책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을 마련하고 쌀의 수요기반을 광범위하게 하는 정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와 농업인의 힘으로 지키고 잘 보존해 간다면 세계적으로 쌀의 가치가 차츰 높아져 가는 사회적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우리의 쌀농사도 빛을 발할 날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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