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인생에는 수많은 불확실한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날마다 판단하고 선택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개인일 경우에는 자기의 장래에 관해 자기의 책임 아래 판단하면 된다. 잘못되었을 때라도 그 결과를 감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은 개인이라 하더라도 가족의 운명을 선택한다는 문제가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만약 잘못된다면 아버지로서의, 가장으로서의, 판단의 잘못이 한 가족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업이나 국가와 같은 커다란 조직의 책임자가 되면 그 판단착오의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이들의 판단착오는 수 천, 수 만 명을 고통 속에서 허덕이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나 인류의 파멸을 초래하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직화된 근대적인 경영체의 지도자, 관리자의 판단책임은 무거운 것이다. 조직의 관리자, 즉 매니저의 주된 임무는 판단업무다. 즉 지도자는 판단력의 정확함이 기대되어 선택 임명되는 사람이다.

 지도자, 즉 관리자가 하는 일은 관리 즉 매니지먼트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관리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관리에 관한 정의(定義)는 여러 가지가 있으리라.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명확히 해두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체크하는 일이다. 관리란 보통 plan, do, see(check)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를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plan(계획 없이 착수하지 말라), do(계획에 따라 실행하라), see(계획대로 실행되었는가를 체크하라). 즉, 모든 일을 계획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관리라 한다. 그러나 계획이란 미래에 관하여 판단하고 행동의 방침을 정하는 것이다. 미래란 미지(未知)의 영역인 것이며 불확실한 요소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장래란 언제나 현재의 연장선상(延長線上)에 놓여있는 영역이 아니겠는가. 오늘은 내일의 씨앗인 것이고 내일은 바로 오늘이 잉태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가 언제나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것만은 아니다. 운(運)도 있고 불가항력적(不可抗力的)인 사건도 일어난다. 이 알 수 없는 미래에 관하여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므로 매니저란 결코 쉬운 직업일 수가 없다. 뛰어난 능력 없이는 정확하게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판단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날은 일대 전환기를 맞아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불리고 있지 아니한가. 그 전보다 몇 배 더 훌륭한 판단, 뛰어난 결단을 하지 않고서는 지도자로서의 임무를 다할 수 없는 시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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