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김윤희 수필가·前 진천군의원] 곱다. 어쩌면 색깔 하나로 이리 온 나라를 아름다움 속에 빠뜨리고 있단 말인가.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묵묵히 순리에 따라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단풍이 유난히 돋보이는 날이다. 진천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이끌고 길을 나섰다. 곤지암의 화담숲이다. 화담(和談)! 그 이름만으로도 정겨움이 물씬 묻어난다.

 "나뭇잎은 왜 단풍이 들까요?" 예쁜 나뭇잎도 주워보고 친구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걸어보자 했다. 차 안에서부터 한껏 설렜던 마음이 현장에 도착하니 아차 싶었다. 몰려든 사람에 떠밀려 다녀야할 지경이다. 아기자기 구성된 데크길에서 벗어나 사람이 덜한 숲속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비탈진 길이다. 잘 걷지 않는 아이들에게 좀 되다 싶을 수 있으나 어쩌면 일상을 벗어나 자연을 느끼기에는 더 나을 수 있는 코스다.

 자작나무 숲길로 접어들었다. 사춘기쯤 돼 보이는 어린 나무들이 한창 사랑을 꿈꾸고 있는 듯 껍질에 흰빛을 더해가고 있다. 얇게 벗겨지는 수피는 연인들이 연서를 쓰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얼마나 운치 있는 나무인가. 나무들 사이에 쌓아 놓은 돌탑과 억새 숲도 빨갛게 익은 단풍과 대조를 이룬다.

 내려오는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데크길을 이용했다. 요소요소 경관이 빼어난 곳에 포토존을 설치해 놓아 사진 찍는 맛을 즐기게 해 놓았다. 여기서도 줄을 서야한다. 줄을 잘서야 한다는 말이 생각이 나서 피식 실소가 터진다. 아이들은 스스로 경치도 찍고 삼삼오오 셀카를 찍으며 신이 난다. 자연에 동화되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이 된다.

 작은 폭포를 지나 금붕어가 노니는 연못을 거처 국화원에 이르렀다. 가을의 정점은 국화향이 찍는다. 커다란 꽃 하트 속에서 하나가 된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작은 손으로 하트를 날린다. 꿈다락 주인공들에게 어느 가을날의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떠났던 여행, 화담숲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길이다. 소통이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모두를 조화롭게 하기 위해 열어놓은 공간이다.

 때로 나무는 봄부터 여름내 자기와 한 몸으로 살아온 나뭇잎을 떨군다. 그리고 맨몸으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다. 더 큰 나무로 성장하여 새로운 잎을 피우기 위한 아픔이다. 나뭇잎 또한 땅으로 내려앉을 때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제 본연의 색으로 돌아와 밑거름이 된다. 그래서 가을 단풍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지 모른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화엄경이 이르는 말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대통령과 최태민, 최순실 일가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그 실세들은 빤한 자연의 이치, 사람이 지녀야할 기본적인 도의로부터 눈을 감았다. 임기 초부터 거론되던 불통은 웅덩이에 고여 썩어가는 물을 덮기 위한 자물쇠였는가.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얻으려고만 하는 욕심이 부른 화, 대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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