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집회 동원된 충북 경찰들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이상동몽(異床同夢). 딱 그 표현이 맞겠네요." 

잠자리는 다르지만 같은 꿈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행동하는 장소나 처지는 달라도 생각과 뜻이 같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 

충북경찰청은 이날 상설중대 등으로 구성된 3개 중대 600여명의 경력을 집회에 동원했다. 이를 포함해 경찰에서는 이날 272개 중대 2만5000명의 경력을 집회현장에 투입했다. 

촛불집회에는 무려 1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몰렸다. 이날 집회에 동원돼 2선에서 대기한 충북경찰은 촛불집회를 보면서 착잡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촛불을 든 참가자들과 차벽·방패를 사이에 두고 대기한 경찰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다. 잔뜩 긴장한 충북경찰의 눈과 귀에도 성난 시민의 함성과 그들의 손에 쥐어진 촛불이 들어왔다. 

한 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는 순간 순간에도 침몰하는 대한민국호(號)를 떠올리면 서글픔이 밀려왔다고 했다. 

분노도 치밀었다. 동원되지 않았다면 역사의 현장으로 기억될 이곳에서 촛불을 들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되뇌었다.

집회에 동원된 한 충북경찰청 1기동대 대원은 "100만 국민의 함성이 우리에게는 안 들리겠습니까. 저보다도 한참 어린 친구들과 심지어 초등학생, 그리고 우리 부모님 같은 분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뭉클했습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다가 집회를 위해 비상설 부대로 동원된 한 경찰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모두 알잖아요. 솔직히 정치의 'ㅈ' 자도 관심 없던 친구가 이곳에 왔다고 SNS에 인증 사진을 올렸더라고요"라며 "'경찰이 아니었으면 우리도 저기 있었을까?'라며 최대한 충돌을 피하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고 회상했다.

또다른 경찰관은 "솔직히 우리도 국민인데 비단 저들만 화가 나겠습니까. 우리도 화가 나고 어이없죠"라며 "국민으로 참담한 심정은 같아요. 경찰이니까 여기 있는 거죠"라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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