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경감들 잇단 발령… 유배지 전락
기존 직원들 "징계자 집합소인가" 불만
근무 의욕 저하로 시민들만 피해 우려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경찰 112상황실이 근무 중 부적절한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직원들의 '유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지구대 인근에서 술을 마신 A경감(당시 지구대장)은 근무 중이던 부하직원이 대신 운전한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다. 이 부하직원을 데리러 가기 위해 순찰차 1대도 치안담당 지역을 벗어났다.

이를 계기로 A경감이 평소에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사안을 조사한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4일 직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감독해야 할 지구대장이 되레 임무를 소홀히 한 점 등을 들어 112상황실 팀장으로 인사 조처했다.

지난 3일에는 파출소 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를 부하직원이 폭행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돈을 건네려던 청주청원경찰서 모 파출소장 B경감에게 지휘책임을 물어 112상황실 팀장으로 인사 조치했다.

이 경찰서에서는 지난 6월에도 근무시간에 의경들에게 개인 업무를 맡기는 등 갑질 논란이 불거진 방범순찰대 중대장 C경감이 112상황실 팀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지난 8월에는 음성경찰서 D경감이 부하직원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린 의혹으로 112상황실로 발령났다가 감찰조사를 통해 혐의가 일부 인정돼 파면됐다.

D경감은 추가 비위가 포착돼 뇌물죄로 불구속 입건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이처럼 112상황실이 징계가 예상되는 직원들의 '집합소'로 경찰 내부에서 인식되면서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기존 근무자들이 자긍심에 상처를 입고 있다. 

일선 경찰서 인사담당 부서에 근무했던 한 경찰관은 "내부 불화 등으로 징계 조치를 받은 직원을 어디 배치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직위에 맞는 자리도 찾기도 어렵고 어디에 앉히기도 부담스러워 112상황실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직제까지 개편하면서 112상황실을 강화하겠다더니 오히려 지금 상황실의 이미지는 징계자들의 집합소 같은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며 "근무 의욕을 잃은 징계자들로 인해 자칫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징계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는 시민의 안전과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더욱 신중히 고려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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