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김준범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 김준범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제공=김준범 대전선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기름진 식습관과 운동부족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당뇨병, 우리나라도 지난 해 당뇨병 진료 환자 수가 258만 명에 육박했으며,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 혈당 장애를 겪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환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뇨병 환자가 겪을 수 있는 합병증 중 가장 관심도가 높은 것은 발에 궤양, 괴사, 감각·운동·자율신경 손상 등이 발생하는 당뇨병성 족부병증, 일명 '당뇨발'이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발에 생기는 모든 문제를 총칭하며, 그 중에서도 발의 피부나 점막조직이 헐어서 생기는 발 궤양이 대표적이다.

발 궤양은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병증이나 말초혈관질환이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 환자의 4분의 1 정도가 당뇨발을 앓게 되며, 처음에는 대부분 사소한 피부손상으로 시작해 이를 방관하다가 다리 일부를 절단하는 환자가 20%에 달한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의 한 증상인 신경병증은 감각신경 손상, 운동신경 손상, 자율신경 손상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당뇨병으로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발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발저림, 화끈거림, 따끔따끔함, 조임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은 양쪽 발에서 동시에 나타나는데 낮보다는 저녁에 쉴 때나 자는 동안에 증상이 심해진다.

통증이나 냉온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 감각이 저하돼 발에 난 상처, 사이즈가 맞는 않는 신발로 인한 압력 등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며, 운동신경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에는 발에 있는 작은 근육들의 작용에 문제가 생겨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이 움츠러드는 갈퀴발로 변하게 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자율신경에도 이상을 일으키는데, 자율신경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땀 분비, 심장박동, 혈압, 혈관 수축 및 확장 등 여러 신체활동을 조절하는 신경으로, 이 신경이 손상되면 발에 땀이 잘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해지고 갈라진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 세균이 침투하면 피부뿐만 아니라 피하조직, 근육, 뼈와 같은 깊은 부위까지 심각한 감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발 궤양을 앓는 당뇨병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말초혈관질환을 갖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동반되는 말초혈관질환은 무릎 동맥 아래 부위의 가는 동맥에 생기는데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질환과 비교했을 때 정도가 심하고 범위가 넓으며, 이 같은 말초혈관질환으로 상처 부위로의 혈액 공급이 줄어들면 영양이나 산소 공급이 감소해 발 궤양이나 감염증이 잘 낫지 않게 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보통 말초혈관질환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있으면 걸을 때 종아리가 당기고 아프거나 경련, 저린 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이를 간헐적 파행이라고 하며, 혈액순환 장애가 심해질수록 짧은 거리를 걸어도 증상이 발생하며 더 진행되면 쉴 때도 증상을 겪는다.

이밖에도 다리와 발의 피부가 창백하고 차가워거나 근육이 위축돼 다리가 가늘어지고, 털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증세가 심할 경우 발가락 끝의 색깔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당뇨발은 대부분 사소한 피부 손상에서 시작되는 만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찰해 당뇨발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당뇨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발을 깨끗하게 씻은 후 상처, 굳은살, 티눈 등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맨발로 외출하는 것과 다리를 꼬는 자세를 피하고, 발이 편하고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으며, 발톱은 너무 짧거나 길지 않게 일자로 자르고 발이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발라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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