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선 충청북도체육회 전문체육부장

[김병선 충청북도체육회 전문체육부장] "미래도 없다. 현재의 기다림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다려도 그 고도(Godot)는 오지 않는다" 사무엘 베켓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의 삶은 끝없는 기다림과 같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기다리는 고도는 누구(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가. 기다리는 고도는 왔는가,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하는가. 도대체 고도가 있기는 한 것인가.

 요즘 우리나라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멘붕상태에 빠졌다. 농단이란 사전적으로 보면 권력이나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개인이 온갖 권리를 독점하여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체육계도 이권개입수단으로 활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체육인들은 모멸감마저 느끼고 있다. 특히 딸을 승마 국가대표팀에 집어넣기 위해 공권력까지 끌어들이는 행태도 서슴지 않았고 사익추구에 국가체육행정을 관장하는 정부부처가 동원되었다.

 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승부조작과 폭력, 입시비리, 조직사유화 등 스포츠4대악 척결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사실 4대악 척결과 체육통합의 취지 자체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4대악척결은 최씨 딸의 승마국가대표발탁과 아시안게임 금메달획득, 명문대 입학을 위한 방편이었고, 체육단체 통합은 최씨 소유의 K스포츠재단의 수백억원대 사업의 발판이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해산은 K스포츠재단을 위한 사전작업인줄은 몰랐다. 최순실 조카가 관련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빙상연맹이나 스키협회도 모르게 생겨나 정부 돈을 빼먹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스포츠는 공정함과 땀방울, 열정의 가치를 존중한다. 스포츠는 자신이 갖고 있는 극한 능력을 경기장에 모두 쏟아내는 것이다. 정정당당히 혼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승패에 깨끗하고 승복하는 모습에 감동이 있다. 그런 스포츠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요즘의 시국을 보면서 "이러려고 스포츠를 사랑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꿈을 세운 스포츠유망주들이 훈련장에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들을 절망에 빠트리거나 스포츠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에서 체육을 하는데 돈과 권력, 배경까지 필요하다면 재능하나만 믿고 도전하는 유망주들은 설 땅이 없는 것 아닌가. 돈이 아닌 오로지 땀과 노력, 열정이 금메달을 만드는 것이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듯 과연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사는 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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