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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가 나침반을 잡았을 때
황혜영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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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2.12  18: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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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혜영 서원대 교수
영화 '콘택트(1997)'에서 우주의 소리를 관측하며 다른 천체의 존재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천문학자 엘리 에러웨이는 과학과 종교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종교학자 자스 팔머를 만나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지만 자신의 연구 때문에 그와의 만남을 지속하지 못한다.

고독하게 우주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어느 날 엘리는 우주의 신호를 탐지하게 되고 그 속에 담긴 베가성에서 보내온 메시지를 해독해 전 세계가 협력하여 한명의 지구인이 탈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든다. 탑승자 후보인 엘리는 선별 위원이 된 팔머와 재회한다. 팔머는 면접 마지막에 그녀에게 자신이 영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말해 신을 믿는지 묻는다. 그녀는 과학자로서 경험적인 것을 사실로 인정하며 신의 경우는 그런 데이터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한다. 어떤 형태로든 인류의 95%가 믿고 있는 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후보에게 치명적 임을 알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면접에서 떨어진다. 하지만 엘리가 타지 못한 우주선이 실험 도중 광신도 침입자의 테러로 폭발하는 모습을 볼 때, 팔머로 인해 면접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되는 것을 도저히 설명하기 어렵다.

마침 예비해둔 또 다른 수송선에 엘리가 탑승자가 되고, 이때 팔머가 찾아와 예전에 그가 주었다 되돌려 받은 나침반을 그녀 손에 쥐어주며 부디 길을 잃지 말고 돌아오라고 당부한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설사 성공한다하더라도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 생명을 건 실험에서 엘리는 연신 'i'm ok. go!'를 외치며, 통제실과의 연락마저 끊어진 후에도 보고를 계속한다. 여러 번 웜홀을 통과하던 어느 순간 천체의 광경을 보고 죽은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콘택트>는 우주여행과 외계와의 접촉을 테마로 한다. 하지만 영화가 전해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주의 광경이나 다른 인류와의 만남이 아니다. 엘리가 베가성에서 만난 존재는 자기 기억 속에서 추출된 살아생전의 아버지의 모습이며, 거대한 우주에서 발견한 것은 인간이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또한 소중한 존재라는 것과 우주에 속해있는 위대한 존재로 홀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토록 간절했던 꿈이 좌절되는 것을 알고도 증명할 수 있는 것만을 사실로 인정하는 과학자로서의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엘리가 실험 후 사람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아무런 증거도 기록도 자료도 남지 않은 꿈같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호소하는 영혼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그것은 그녀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천체를 목격하고 그리운 아버지를 만났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런 기적 같은 체험이 어떻게 그녀에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여기서 엘리가 나침반을 잡던 순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험선의 심한 진동 속에서 문득 눈앞에 나침반이 떠가는 것을 보자 엘리는 작은 실수도 허용되지 않고, 미세한 움직임조차 치명적일 수 있는 우주 공간에서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 몸을 고정시키는 안전벨트를 풀고 팔을 뻗어 목걸이 나침반을 손에 거머쥔다.

그녀가 자기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고 의자에서 뛰쳐나가 나침반을 붙잡으려 손을 뻗게 된 것은 평생 찾아 헤매며 갈망했던 '접촉'이 다름 아닌 가장 가까운 존재와의 만남임을 무의식중에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며, 이때 나침반과 함께 그녀의 손에는 인생의 탐험에서 그녀가 길을 잃지 않고 반드시 살아 돌아올 수 있게 안내해주는 영혼의 길잡이가 되도록 팔머가 나침반에 불어넣어 준 간절한 소망이 주어진다. 이어 의자는 떨어져 나가고 주위는 암흑에 잠기지만, 엘리가 손에 쥔 영혼의 나침반은 그녀의 존재를 흔들어놓는 기적으로 인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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