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몸통은 대통령임이 밝혀졌다.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대내외적으로 국가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국내는 물론 재외 한국인들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과 측근들의 상상 이상의 위법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야만적으로 행해졌다. 문화융성을 외치면서 역설적이게도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창작행위를 억압하고, 한 사람을 위해 온갖 부정과 협박으로 체육계는 물론 교육계까지 유린했다.

 그토록 희화화를 억압하고자 노력했던 대통령이 희화화의 정점을 찍고, 초등학생의 시험지에 '예산'이라는 답 대신 예산을 주무른 '최순실'이라는 답이 등장하는 곳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이다. 헌법 유린의 주역인 대통령은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기 작전에 돌입함으로써 국민을 나날이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누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국민을 위로해 줄 것인가. 백만의 남녀노소들이 촛불을 들었다. 폭발한 민심은 촛불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그 속에서 스스로 희망을 찾고 있다.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는 한 여당 의원의 막말에 대항하듯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이른바 방풍촛불과 LED촛불 심지어 횃불까지 등장했다. 성난 바람에 촛불이 옮겨 붙은 셈이다. 국민은 분노를 함성과 더불어 노래와 춤 그리고 놀이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시위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투쟁과 충돌로 점철된 과거의 시위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풍자와 해학의 시위문화를 융성시키고 있다. 즐거움을 통해 슬픔을 표현하는 마치 축제 같은 이런 시위가 진정한 문화융성이다.

 이런 촛불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그것에 편승하여 여야 정치인들은 각자의 셈법에 분주하고, 언론들은 다투어 온갖 비리를 파헤치고, 종편의 패널들은 연일 사실을 토대로 추정과 추측을 더하여 갖가지 의견과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다.

 외신들은 백만이 넘는 국민의 질서정연한 평화적 시위에 연일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숙되고 선진화된 사람은 바로 국민이다. 국민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평등한 사회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묵묵히 노력하면서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 인정받는 공평무사한 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의 주범인 일부 기득권자들은 이런 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을 비웃었다. 민심은 천심이요, 국민을 이기는 통치자는 천하에 없음을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웠다. 순천자(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順天者)는 망한다는 역사의 교훈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 혼란스런 정국에서도 평화적 시위를 통해 성숙된 선진 국민의 역량을 보이면서 우리가 바로 주권자임을 만방에 알린 우리 자신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자. 국격을 바닥까지 떨어트린 위정자들과는 반대로 국격을 드높인 국민의 이런 저력은 반드시 망가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 확신한다. 그 믿음이 실천될 때까지 태풍이 휘몰아쳐도 촛불은 결코 꺼지지 않고 다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언제나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 잡은 것은 민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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