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최순실 사태로 전국이 시끄럽고, 국민들이 공분을 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제 세상을 향해 막 날려는 희망을 꿈꾸는 학생들도 있다. 그들은 미래의 꿈을 향해 오랜 시간 공부라는 힘든 여정을 마치고 이제 막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주는 절망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누구는 전교 꼴찌를 해도 연세대나 이화여대를 들어가고, 누구는 죽어라 공부를 해도 그에 못 미치는 대학 밖에 못 간다는 억울함 말이다.

 학생들은 촛불시위에 참여하기도 하고, 공부는 왜하냐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한다. 이런 세태를 만든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은 남 탓을 하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은 남 탓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이 1930년대부터 이 대학에 입학한 268명의 삶을 72년 동안 추적하여, 인간에게 과연 어떤 조건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가 탐구한 것이다. 그 중에 자신의 과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하는 내용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객관적이지 않으며, 행복과 불행은 외부의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인식이 결정한다고 한다.

 출세를 위해 공부한 사람은 출세의 길이 막히면 더 이상 공부하지 않을 것이다. 공부는 그에게 수단일 뿐이고, 결국 명예나 돈 등이 그에게는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외부의 조건 때문에 자신이 수단으로 선택한 길에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공부의 목적은 자기 성숙에 있다.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은 학생들을 타 죽이는데, 그 이유는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좋은 성적을 가지고 명문대학교에 가서 출세의 지름길을 걸으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결국 아무도 공부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학교 공부에 찌든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올해부터 자유학기제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교육정책도 어른들에 의해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과연 나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부터 학생들이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학교 교육의 변화는 교사로부터 나와야 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눈이 멀 수밖에 없지만,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로서 미래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런 교사를 길러내기 위해 한국교원대학교에서는 11월 말에 '자유학기제 성과 콘테스트' 행사를 연다. 특히 이 행사는 미래의 4차 산업시대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해 새롭게 학과들을 신설한 전국의 17개 프라임 사업 참여 대학이 함께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자신의 꿈을 먼저 생각하고,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