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모든 도시는 환경적 조건과 사회적 여건을 바탕으로 고유한 도시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나온 도시공간의 궤적이 나름대로 이야기를 가진 채 시각적 혹은 장소적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 때 일반적으로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회가 복잡하고 거대해지면서 지속가능한 도시이미지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다행히 근자에 도시재생, 지속가능한 개발, 그리고 신도시주의 등 잊고 있었던 도시의 모습을 찾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새롭게 고찰되고 있다.

 첫째는 인간성회복의 추구로 그동안 기능적이고 편리성중심으로 계획되어진 도시를 이제는 인간중심의 공간을 환원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특히 도시공간의 장소성과 지역성은 인간위주로 공간이 계획되었을 때 가능하다. 유럽의 소도시나 미국 도시공간의 경우 차량위주의 계획보다 인간위주의 측면(인간척도, 인간중심, 인간지배)이 강조될 때 장소에 대한 인지성과 지역적 특성이 높게 나타난다. 구체적인 기법으로 인간의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간을 압축시킨다.

 이를 위해 적절한 보행거리마다 공간의 분절, 상징가로나 문화가로등 공간주제별로 루트화, 그리고 생활권별 세분화된 권역의 설정으로 분할된 특성화가 가능하다. 또 하나의 방법으로 공간의 목적성 부여를 통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정리된 인공환경과 함께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간과 이벤트를 매치시키고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블록화나 루트화를 시도한다.

 둘째는 경관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장소나 지역에 대해 분명한 인지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장소성이나 지역성을 느끼는 것은 단순한 외형적 차이가 아닌 문화, 사회, 역사를 포함한 복합적 차이를 말한다. 개체나 단위건물보다는 집합적이고 지역적인 시각화, 다시 말해 경관화 작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기법으로 제일먼저 고려할 사항으로 자연환경과 인공물이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는 대상지내의 자연성에 대하여 적극적인 보존과 지역적 관습이나 향토성을 적극 개발하는 것이다.

 셋째는 계획/설계 위계체계 정립하여 의도된 목적이 차질이 없도록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단순한 도시공간구조를 가진 역사도시에서는 계획적 개념보다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고, 이는 오늘날 지역성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거대한 현대도시의 복합성은 보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정책과 계획입안과정의 합리성이다. 도시건축에 대한 관료들의 관심과 입안자의 식견, 그리고 계획/설계가의 전문성이 특색 있는 지역성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 다음으로는 계획과 설계기법의 개발과 적용이다. 도시설계와 지구단위계획제도의 적극적 활용, 그리고 지역적 특성에 맞는 설계지침의 개발이 필요하다. 외국 성공사례 도시의 경우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설계규범(전통/관습)과 보이는 설계규범(설계가이드라인)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지역성확립을 위한 범시민적 운동과 의식개혁이다. 미국의 경우 지역의 계획을 수립하거나 입안시에는 시민참여 과정이 필수적이며 여기에서 대부분의 안들이 결정된다. 왜냐하면 일련의 작업들이 시민들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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