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혼란,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 혐의에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할 집권 여당 새누리당 의원들이 민심과 동떨어진 거친 말을 쏟아내면서 가뜩이나 불편한 국민의 마음을 뒤집어놓고 있다. 물론 일부 의원이긴 하지만 국민의 절절한 속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왜곡시킴으로써 대통령과 민심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하고 있다. 여기에 국무총리는 국민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갑질 의전'으로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이 190만 명(주최 측 추산)이 거리로 나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촛불민심을 좌파 종북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촛불 집회가 평화 시위도 아니고 종북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인 만큼 그들에게 당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나라가 어수선하면 튀어나오는 색깔론이냐고 묻고 싶다. 국민에게 참담함과 좌절, 배신, 자괴감을 안겨준 박 대통령의 처신에 대해선 "그만한 흠집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역성을 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부인이 선거운동을 부탁하며 당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1,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흠집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두둔도 자신의 처지를 빗댄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앞서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변한다"는 가벼운 언사로 가뜩이나 성난 국민의 속을 긁었다. 그의 앞뒤 안 가리는 말은 사퇴 요구와 함께 '촛불은 바람 불면 옮겨붙는다' '내 촛불은 LED(발광다이오드)라 안 꺼진다'는 풍자가 집회 현장에 등장케 했다.

촛불 민심에 대해선 외국의 관심도 남다르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웠음에도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에 해외 언론이 경의를 표할 정도다. 미국은 이미 "평화적 시위와 집회를 지지한다. 국민은 정부에 자신들의 우려를 말할 권리가 있다"는 우호적 입장을 밝혔다. 이런 판에 돌출된 두 의원의 '촛불' 평가는 민심을 모르는 것인지, 애써 외면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과잉 의전' 도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충북 오송역에 내리는 그를 맞기 위해 경찰과 관계자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던 시내버스를 내몰고 그 자리에 관용 차량을 대기토록 한 건데 총리 한 명의 편의를 위해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도록 함으로써 '갑질' 논란이 일었다. 총리에 대한 의전은 있어야겠지만 시내버스가 서는 곳을 차지하면서까지 요란을 떤 건 지나쳤다.

황 총리의 이 같은 '몰염치 의전'은 지난 3월에도 역시 KTX를 타려는 그를 위해 관용차가 서울역 플랫폼까지 들이닥쳐 빈축을 샀다. 물론 황 총리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한 건 아니겠지만, 때에 따라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수도 있는 지위에 있는 공직자를 둘러싼 처신으론 고운 시선을 받기 힘들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는 총리 사퇴를 주장했다. 엄중한 시기, 집권층의 조신한 언행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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