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구 사직2동 주무관

[김동구 사직2동 주무관] 오늘도 따스한 아침 해가 밝았다. 이른 아침부터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로 이 자그마한 공간이 분주하게 돌아간다.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고 복지서비스를 상담받기 위해 빠른 발걸음으로 방문하는 민원인, 노래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활기차게 방문하는 프로그램 수강생, 직능단체 월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두꺼운 서류뭉텅이를 들고 이곳을 찾는 직능단체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직원 등이 그들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럿이 한데모여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곳은 바로, 주민센터(住民_Center)다.

 주민센터는, 종래의 동사무소를 폐지하고 2000년 이후 새로이 설치한 지역주민 행정·민원업무 서비스 기관이다. 지역사회(local community)라 불리는 행정·지역적 구분 속에 가장 기초조직에 속하는 이 기관은 흔히 말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풀뿌리 민주주의'란 주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인 민주주의로, 지역사회 주민들이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등 자치적으로 처리함으로써 밑바탕에서부터 민주정치가 훈련되고 실현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민이 주인(主人)되는 마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반시설을 갖춘 주민센터가 존재하며 주민 역량을 결집시킨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마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이들 주민자치위원들과 행정민원업무로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공무원. 이들 '민(民)'과 '관(官)'이 만나 주민들의 문화, 복지, 편익 증진에 맡은 바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강한 주민자치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보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겨울 추위에 한껏 몸을 움츠리다 날이 풀려 기지개를 활짝 펴듯이 이들 덕분에 주민센터에도 봄 기운 같은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주민들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프로그램에 장소만 제공할 뿐인데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웃음짓게 만든다. 출생신고를 마친 뒤, 등본을 떼고 기뻐하는 엄마 아빠를 보면 나도 모르게 기뻐지며,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 대청소는 우리 모두의 마음까지도 청결하게 한다. 주위의 소외된 분들에게 직접 담근 고추장을 전달하며 행복한 인사를 주고받는 직능단체원들의 행동 하나 하나는 우리 동네를 한층 더 따스하게 만들며, 마을 어르신 경로잔치는 남녀노소 너나할 것 없이 모두를 흥겹게 만든다.

 주민들이 주민센터를 어려움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그로 인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민과 관 사이에 소통이 잘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며,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최일선 기관인 만큼, 공무원들은 최근 개정된 공무원 윤리헌장의 내용처럼 주민과 함께하는 민주행정을 구현해야 하고, 귀와 마음을 열고 주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주민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우리 공무원들 마음속에 다시 한번 깊이 새겨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주민이 중심(Center)이 되는 이 곳, 주민센터는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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