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겨울이다. 올해에는 가을에도 무덥더니 어느새 찬바람이 쌩하니 부는 겨울이란다. 사람들의 두터워진 옷차림만으로도 겨울이 왔음을 알 수 있다.

  사무실이 있는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62번길 일대는 법원, 검찰 건물이 있는 동시에 그 주변에 주점이나 노래방 같은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인지 밤이면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불야성이다. 때문에 이 일대의 모든 주점이나 식당들이 다 영업이 잘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어제 멀쩡히 영업을 하던 가게가 오늘 지나가다 보면 문이 닫혀 있고, 며칠 후에는 그 자리에 '임대'라는 현수막이 걸린다. 그리곤 얼마 후 철거공사와 함께 새로이 인테리어를 하고 새로운 간판을 내건 새 업종의 가게가 들어선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예전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아 졌다. 그만큼 이 동네에 사라지는 가게가 많다는 의미다(어쩌면 기억력이 나빠진 걸 수도 있다). 물론 사라진 가게가 있던 자리에 얼마 안가면 무언가 새로운 가게가 생긴다.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모두가 겨울에 물이 얼 듯 꽁꽁 얼어버린 것 같으니 말이다. 요즘 자영업 하시는 분들한테 하루하루 버티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을 종종 듣곤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와중에 간판제작에 종사하는 분들이나 실내 인테리어 업종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은 불황 속에 호황을 누리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쓰린 마음으로 문을 닫은 그 자리에 새로운 누군가가 희망을 갖고 다시 새롭게 가게를 열기 위해 인테리어를 하고, 간판을 걸기 때문이란다. 역설적이지만 모두가 불황은 아니라는 게 천만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심정은 마치 짚신 장사를 하는 아들과 우산 장사를 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그것과 비슷하다. 누군가의 절망이나 어려움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일거리를 주어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인지, 그런 세상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언제쯤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지 조차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세상을 꿈꾼다면 헛된 꿈을 꾸는 이상주의자처럼 보일까? 그러기엔 너무도 현실적인 사람인데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기대해 본다. 모두가 좋은 그런 세상이 오기를... 비가 오더라도, 해가 쨍쨍 내리쬐더라도 자식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그 날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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