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혼란스런 나라 분위기에 몸도 마음도 허전하다. 게다가 날씨마저도 혼돈스럽다. 일교차가 크다보니 입성도 어떻게 입고 나서야 할지 헷갈린다. 목적지 없는 길을 나섰다. 겨울 찬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길 위에 서서 길을 따라 나서본다. 휙휙 도로 위를 질주하는 차들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나도 그들 틈에 끼여 달리고 있다. 온 도시로 퍼져가는 혼탁한 매연가스를 흡인 한 채, 빙빙 돌고 있는 쇼윈도의 불빛을 바라본다. 화려한 건지 유치한 건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현란한 불빛에 현혹되어 각자의 잣대를 들이대고는 각각의 말들을 쏟아 놓으니 무슨 소리인지 뒤죽박죽이다. 알 수 없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세상 속에서 이유 있는 소리들이 조용히 행렬을 이끌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모아 온 심연의 메시지들을 작은 촛불들에게 실었다. 그런데 같은 소리, 같은 방향인 듯, 다른 목적지를 향한 이들의 목청이 큰 길거리! 어지럽다. 혼돈스럽다. 이 나라는 지금 언제 끝날지도 모를 진실게임 중이다.

 물가는 오르고 실업자는 늘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 우리는 길을 잃었다. 언제 우리가 큰 것만을 바라고 살았던가! 이 나라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기회와 희망을 찾기 위해 내 능력이 닿는데 까지만, 열심히 일한만큼,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대가만 바랐던 것뿐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잃도록 만들었다. 그들은 내 집을 두고 먼 타국으로 자신들의 꿈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누구든 자신들의 꿈을 향해 기회와 희망이 있는 나라, 삶의 여유가 있는 나라가 되기를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로 힘을 합쳐야 한다. 제 몸 살라 희망의 빛 비추는 작은 촛불하나 하나에 염원을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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