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요즈음 겨울의 문턱인데도 주례 요청이 오고 있다. 예식장 시설이 현대화되어서인지 결혼식을 선호하는 계절이 따로 없는 듯하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나서 옷깃으로 파고드는 찬바람처럼 국민의 마음이 차갑고 착잡한 때이지만, 둘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결혼하고 새 출발하는 예식장은 사랑과 축하의 열기로 훈훈하고 따뜻하다. 평생 아주 소중하고 행복한 때 중 하나가 바로 결혼식일 것이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사회자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양가 어머니의 촛불점화가 있겠습니다"라고 했다가 바로 '화촉점화'라는 말로 정정하였지만, 촛불집회에 대하여 온종일 방송된 탓도 있다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주례를 하며 마냥 행복하고 늠름한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니 그날 아침에 어느 텔레비전 방송의 「피플앤 이슈」 프로를 본 생각이 났다. 조명찬 충북대병원장과 진행 아나운서의 대담 중 네쌍둥이에 대한 말씀이 무척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청주에서 지난 8월 17일 태어난 네쌍둥이가 건강하게 자라 10월 12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퇴원했다고 한다. 네쌍둥이의 탄생은 우리나라의 경사이고 100만 인구를 꿈꾸는 청주시의 기쁨이며, 저출산으로 시달리고 있는 이때 네쌍둥이 탄생이 출산율 증가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1.24명(2011년)으로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0년 이후에는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 한다. 필자가 젊었을 때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하다가 '둘도 많다'고 세뇌된 영향일까!

 출산율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 증가, 초혼 연령의 상승, 교육비를 비롯한 육아 비용의 증가, 자녀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이 있으니 국가와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대전YWCA가 양성평등 주간을 맞아 여성 6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출산은 꼭 해야 한다'는 여성은 44.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7.3%의 여성은 '출산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결혼에 관해서도 여성의 40.2%는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했으며 '하는 것이 좋다'는 이보다 적은 39.8%여서 '결혼은 필수'라는 생각이 점차 희박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니……. 이런 조사에 비하면 신랑과 신부가 무척 훌륭해 보였다. 노파심에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고, 아들·딸도 넉넉하게 낳기를 바란다"라 하니 알았다는 듯 빙그레 웃는다.

 경제난이 불러온 삼포 시대(연애·결혼·출산 포기)라는 말도,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의 연령도 많아지고, 외국 출신의 신부가 늘어나는 것도 큰 걱정이다. 속히 경제가 활성화되고 안정되어 취업에 걱정 없는 나라,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이 되면 저출산과 노령화 극복에도 괄목할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주례해준 그날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물론 모든 부부들과 가정에 건강과 행운 그리고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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