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작금의 국정농단사태는 분명히 우리 사회의 음지에 남아있던 폐쇄적 권위주의의 결과물이다. 진정한 민주국가였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었겠는가. 권위주의란 일반적으로 힘의 권위에 복종하고 순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행동양식을 말하는데, 권위를 가진 자들은 오만하고 거만하게 행동하려는 정신적 자세를 갖고 있다. 권위주의적 관리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몰두한다. 반면에 부하들에게는 억압을 가하면서 항상 더 많이 가지려고 한다는 점에 있어서 탐욕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부하들이 자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보상은 그 대가라고 믿는다.

 이번 국정농단사태로 볼 때 우리 사회는 그동안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 형태를 취한 듯이 보였으나 그 깊이를 따져보면, 국민과 의회가 의사결정에서 소외된 권위주의적 국가 형태를 지니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중요한 문제는 자본주의에 권위주의가 결합되면 자유토론의 결과물인 건강한 생산성을 억압함으로써 경제성장은 물론 구성원들의 정신적 성숙까지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벽을 뚫지 못한 이유도 결국 팽배한 권위주의적 문화 속에서 자유로운 생산적 토론과 창의성이 꽃피지 못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위주의자는 그의 마음속에 누적되어 있는 선민의식과 탐욕의 요소들로 인하여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심리적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부하들이나 주위를 격려하기보다는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윽박지르는데 익숙하다고 한다. 이것은 상대를 복종시키기 위하여 의도된 행동이라는 점에 있어서 매우 비윤리적이다. 권위주의자들이 이런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기보다는 늘 주관적 교시(敎示)에 의하여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압박을 가하여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는 권위주의자들은 자신보다 더 큰 권위에 대해서는 아첨하고 고개를 숙이는 표리부동한 행동을 보인다. 우리 사회의 재벌들은 그 좋은 예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자신이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거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의 재벌과 관료사회는 그렇게 왜곡되어 있었다는 것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활발한 토론을 통하여 권력을 견제해야 할 의회는 그들만을 위한 패거리정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권위주의적 풍토가 하루빨리 극복돼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인치(人治)에 의존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자유의지와 창의성이 중심이 되는 자율조직으로의 진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직은 건강한 융합과 협동의 시너지를 잃고 관리자의 능력만큼만 발전하고 만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통하여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공개 민주주의 체제의 기틀을 다져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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