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청주 IT 여성새로일하기지원센터가 문을 연지도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 남녀가 다함께 행복한 여성·가족친화도 충북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결과 중 하나이다. 사실 그동안 충북의 다른 새일센터들의 성과도 탁월했다. 덕분에 매월 발표되는 여성고용율이 2년째 전국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 IT 여성새일센터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 문을 열었다. 이 여성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고,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직업을 가지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내가 경력형 새일센터를 열었다고 설명하면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어? 내 부인이 바로 대상인데?"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주변에 많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대상을 모집할 때 가장 어려움이 많다. 왜냐하면 이 분들은 굳이 생업에 종사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자녀교육에 필요한 정보나 자기 계발 등에 관련된 것이다. 필요한 것을 제공한 후에도 자신이 취업을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지 않는다. "남편이 돈을 벌어다 주는데, 나는 아이를 잘 키우는 게 더 보람 있으니까" 라는 이유 때문이다.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을 새일센터에 모이도록 하려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다소 철학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앞으로 성장할 아이들에 달려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주위의 엄마들과 함께 얻은 정보들로 사교육 시장에 아이를 맡기는 방법으로는 아이들이 미래의 인재로 성장하기 어렵다.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은 30년 전까지 통하는 이론이어야 한다.

 명문대의 반열에 드는 연세대학교와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이 MOU를 맺기로 하고 만남을 가졌다. 이때 연세대학교는 "한국의 수능 상위 1%의 최우수 학생들이 들어온다. 역대 국무총리 ○명, 장관 ○명을 배출했고, 국회의원도 ○명이나 나왔다. 지난해 사법고시 ○명 합격, 행정고시는 ○명 합격, 회계사 ○명 합격"이라고 학교 소개를 했다. 숫자를 제시하기는 스탠포드 대학도 마찬가지지만, 내용은 달랐다. "1930년 이후 졸업생이 세운 기업의 수 4만개, 졸업생이 만든 일자리 수 540만명, 회사들의 연 매출액 2조 7000억 달러" 우리가 보내는 명문 대학은 우리의 아이들을 이렇게 성장시키는가? 이런 아이를 함께 길러내기 위해 경력형 청주 IT 여성새일센터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들의 교육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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