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12월의 마지막 주! 또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언제나 이맘때면 마침과 시작의 갈림길에서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그러기를 몇몇 해! 그럴 때마다 행동보다는 습관처럼 생각과 마음만 앞서갔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어느 해 보다도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丙申年! 고단한 몸뚱어리를, 소리 없이 겨울로 깊어가는 시간에 눕혀 놓고 옅은 잠을 청한다.

 어릴 적엔 빨리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빌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언제부터 어른인걸까! 날마다 우린 무언가에 쫓기듯 부지런을 떤다. 그렇게 맞이하는 일상은 또 그렇게 그런 하루라는 이름으로 지나가곤 했다.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진 우리의 삶! 이 삶 속에서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은 무엇이던가? 나이 들수록 하나씩 버려야 한다는 것을 자꾸만 잊는다. 어느새 창밖으로 겨울이 또 지나가고 있다.

 겨울바람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마구 흔들린다. 때가 되면 소리 없이 제 가진 모두를 내려놓고 바람이 흔들면 흔들리는 대로, 그저 말없이 서 있는 나무! 거센 눈보라가 몰아쳐도 꿋꿋이 서서 제 자리를 절대 물리지 않는다. 슬며시 나무에 기대어본다. 그들의 숨결소리 들려온다. 자연의 순리대로 섭리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나무가 속삭여준다.

 나무에 등을 내주고 나는 먼데 하늘을 본다. 하늘로 닿을 듯, 쭉쭉 뻗은 건물들 사이로 노을이 툭툭 진다. 사람들의 노곤한 어깨위로 내리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오늘따라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랑하자! 더 늦기 전에'  겨울이 깊어 갈수록 봄이 가까워진다는 것을……, 바람과 말, 말들이 어수선하게 흔들리는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나이를 하나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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