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준 청주대 교수

[정창준 청주대 교수] 지난연말 한 방송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기안84라는 예명을 사용하는 웹툰 작가가 정장이 아닌 패딩 점퍼 차림으로 출연한 것을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SNS상에서 갑론을박 시끌시끌하다. 신문기사의 댓글에 담긴 그들의 의견은 찬성하는 측의 '자유복장 선택의 자유'와 '예의에 벗어난 복장불량'이라는 찬반으로 대립하여 갈리고 있다. 대부분 반대의견을 주장하는 이들은 매우 화난 표정으로 글들을 올려 눈살마저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복장불량 소동을 몰고 온 기안84는 몇 해 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재한 웹툰으로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지방의 한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솔직하고 생기발랄한 대학생활을 스토리로 꾸며 젊은층뿐만 아니라 나이든 독자에 이르기까지 애독자 층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는데, 결국 지상파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까지 호출되어 진출한다. 웹툰작가로서의 캐릭터가 가진 예능감은 그가 만든 작품속의 캐릭터 이미지와 교차되어 웹툰 독자들에게는 그에 대하여 묘한 동질감과 매력이 배가되어 관심과 인기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중이다.

 많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 웹툰작가에 대한 변명을 해 보자면, 일단 너무 쉽게 흥분해서 야단치지 말자는 것이고 그는 이미 창의적 발상과 행동에 젖어 살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예술가로서 이 작가를 바라보고 이해해 주자는 것이다. 웹툰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연재되는 일일만화 예술이며 이 독특한 예술행위 또는 콘텐츠가 독자의 사랑을 받는 것은 예술 본질의 고유함과 특별함 즉 존재론적 동일성 안에서 존재하는 차이와 다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와 다름이 없거나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 역시 예술가일 수 없고 이런 것은 다만 키치 kitsch에 지나지 않으며 그럴 때 예술은 획일과 전체주의에 빠지고 말아 진부한 이야기로 관심도 못 끌고 생명력을 잃고 말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에 대한 접근과 이해로서 이 작가에 대한 행위를 들여다보면 정장 아닌 평소복장으로서 기존질서에 살짝 재미로써 대항하는 실천적 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 복장불량에 대한 불편한 발언은 예술가 개개인의 본질인 독특한 차이와 다름의 경연장에서 또 다시 그 예술 본질의 정의를 다른 복장으로서 부르짖고 있는 웹툰 작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푸념인 것이다. 이로써 공동체 내에서 존재하는 동질성과 차이 또는 다름이 상호작용하여 획일적이고 무미건조함이 아닌, 조화와 배려있는 인간 공동체 본연을 잊는 경우를 보게 되는 것이다. 차이와 다름을 무시하는 공동체는 야만과 폭력성을 초래함에 이어 결국은 전체주의의 암울함으로 귀결되고 마는 것을 역사적 경험으로 보아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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