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불가사의한 운명의 별 아래 태어난 인생.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나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존귀한 것으로 판단하느냐, 길거리에 흩어져 있는 돌멩이와 같은 가치밖에 없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인생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갈림길 위를 인간은 일생동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가 죽는다는 점에서 근원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불교에서 배웠다"고 누군가가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죽음에 이르는 도정(道程)에는 양자택일이라고 하는 자유가 있다. 여기에 인생의 의의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구의 인생이나 판단의 연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 자기의 인생과 정열을 불태울 대상은 무엇인가 하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선택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끊임없이 판단하고 선택해 간다.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바둑 두자는 친구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을 살 것인가. 안살 것인가 등등. 우리들은 크고 작은 무수한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낙담하거나 즐거워하거나 후회한다.

 무릇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1871년 봄. 한 청년이 독서에 열중하다가 유난히 마음을 끄는 한 구절에 눈길을 멈췄다. 이 한 구절이 그의 장래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어떤 병원의 한 의학도였던 그는 졸업시험에는 패스할 수 있을는지, 또 패스한 뒤에는 어디로 가서 자리 잡아야 하고 개업은 어떻게 하며 생활은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여러모로 고민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읽은 그 한 구절이 그를 당대에서 가장 명성을 떨친 의사가 되게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존스 홉킨스 의학교를 창립했으며 영국 의사로서는 가장 명예로웠던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교수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영국 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으며 세상을 떠날 때에는 무려 1500페이지에 이르는 두 권의 전기(傳記)도 간행되어 있었다. 그가 바로 윌리엄 오슬러 경이다. 그가 방황하고 있었던 그 시절에 읽었던 그 구절은 칼 라일의 저서 속에 있었다. 그 구절을 소개하면 "우리의 중대한 임무란 먼 곳에 있는 희미한 것을 찾는 일이 아니며 그것은 분명히 곁에 있는 것을 실행하는 일이다" 사람의 자유란 판단하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야 말로 인생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대로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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