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부부라는 인연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죽음이 갈라놓지 않는 이상 헤어지지 않고 평생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서 맺은 인연이다. 그런데 우리가 맺는 많고 많은 인연 중에 가장 가깝고도 먼 인연이 '부부의 연'인 듯하다. '부부'는 서로 아무 문제없이 사이가 좋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어떤 문제로 인해 사이가 멀어지면 최악의 경우에는 차라리 남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소송을 통해서 남남이 되는 길을 택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판결로써 헤어지는 경우보다, 조정 과정에서 당사자가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해서 그나마 원만히 헤어지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도 정말 다양하다. 누군가는 하루라도 빨리 상대방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싶어서, 어떤 사람은 아이들을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랜 법정 공방 끝에 지쳐서, 누군가는 그동안 함께 살았던 정을 생각해서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노라는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인연이든 맺음도 중요하겠지만, 그 헤어짐이 더욱 중요할 때가 있다. 부부의 인연은 특히나 그렇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잘 헤어지는 게 정말 중요하고,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앞으로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보기 싫은 사람일지 몰라도, 언젠가 다시 좋은 관계를 맺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지금 비록 헤어지더라도 '잘' 헤어져야 한다. 그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다.

 잘 헤어지기 위해서는 '그 정도면 공정하다'고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헤어짐의 조건들(양육권 및 재산분할 등)이 결정되어야 한다. 그것이 잘 안될 때 소송이 길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더 심한 상처를 준다. 사실 이혼 과정에는 '누가 이기고 누가 졌다'는 개념이 어울리지 않는다. 단지 부부의 연을 맺고 있던 두 사람이 그동안의 인연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거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얼마나 잘 헤어지느냐가 앞으로의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생각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를 잘 헤아려 봐야 한다. 새해가 밝았다. 우연히 어느 모임에서 새해 첫 날 차례를 지내신 주부님들의 한탄을 듣다가 생뚱맞지만 부부의 인연과 헤어짐에 대해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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