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베란다 창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맑은 밤하늘을 본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고개가 아프도록 바라본 밤하늘! 먼 곳에서 별빛 하나 아주 희미하게 달려온다. 잊고 있었던 날들이 별빛 따라 하나 둘 살아난다. 좋았던 기억들, 슬프던 기억들, 아프던 기억들, 힘들던 기억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었다. 그런 시간들을 겪어내느라 잠들지 못하고, 온 밤을 지새울 때도 있었다.

 그 어떤 좋은 일도 그 어떤 힘든 일도 세월이 흐르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농도는 엷게 희석이 되었다. 지금 당장 죽을 만큼 힘들거나 고통스럽다 해도 그 또한 지나가는 것이다. 마치 마술처럼 가끔은 우리들의 기억 어딘가에 빛바랜 사진처럼 저장도 될 것이지만. 그렇게 시간 속으로 모든 것들은 지나가는 것이었는데.

 또 한해를 보냈다. 일상 속에서 달력은 부지런히 달려와 새해를 맞이했다.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지만 우린 또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며 일상을 맞는다. 그런 하루하루를 따라 우린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린다. 살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은 언제나 물질이 앞을 선다.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 늘어나는 실업률 속에서 우린 허공으로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을 친다. 오늘을 살기 위해서, 그래도 꿈을 꾸며 살라고 한다.

 밤하늘에서 수없이 반짝이던 별빛도 미세먼지에 길을 잃었지만 가끔은 틈새를 비집고 희미하게 달려오는 별빛 하나를 보며 나를 다독인다. 긴 겨울밤! 고된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오랜만에 베란다 창을 열고 별빛을 기다린다. 미세먼지로 흐릿한 하늘은 꼭 눈이 내릴 것 만 같다. 허나 눈이 올 리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베란다 창을 닫고 겨우 잠을 청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꿈이나 꾸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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