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2017년 붉은 닭의 해, 정유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빛의 출현을 알리고 만물과 영혼을 깨우는 희망과 개벽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매년 새로운 기술과 경제 발전이 지속된다는 현대적 시대정신의 흐름에 동조하여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무엇이든지 계획을 세우고 꼭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다.

 필자도 새해에 매번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이지만 규칙적인 운동으로 뱃살을 줄여서 건강을 유지한다든지, 외국어 공부를 하여 해외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등의 소박한 생각을 갖는다. 왜 매년 똑같은 계획을 세우는 것일까? 지나간 12월과 다가오는 1월 사이에 당연한 의식처럼 치러야 하는 연례행사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거와 상관없는 미래가 존재할 수 없듯 지나간 일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해가 바뀌면 새로운 일을 설계하는 것보다 지나간 일들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물리적 시계와 달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정지된 시간을 통하여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에 쌓인 온갖 아픔과 불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하지 못한 말,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악감정 등을 지푸라기 인형으로 만들어 불태워버리면 당연히 새로워질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세계적 기업들은 변화에 받아들이는데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브랜드 펜디가 디자인 마이애미에 참가하여 다른 기반의 촉망받는 가구나 산업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펜디를 모티브로 삼은 VIP룸이나 부티크 등을 소개하고 기존 브랜드와 상관없는 공간이나 제품을 만들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존폐의 기로에 빠진 전자기기 회사 두카티가 발상의 전환으로 세련되고 섹시한 모터바이크 브랜드로 거듭났으며, 나이키가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과 협업으로 제품을 출시한 후 스포츠 스타와 브랜드의 밀월이 일반화된 것 또한 도전과 변화를 향한 움직임에서 시작된 좋은 사례이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어려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결코 낙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경험한 우주 자연의 질서 속에서 조화로운 변화의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는 것도 있고, 결코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변화를 선택하는 일은 개인의 몫이지만, 단순하게 변화를 위한 변화는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변하는 것만이 결코 만사형통일 수는 없다.

 지나칠 정도로 곧은 나무는 바람에 부러지기 쉽다. 강한 태풍에 살아남는 것은 고집스럽게 곧게 자란 큰 나무가 아니라 바람의 방향으로 몸을 구부릴 줄 아는 유연한 나무라고 한다. 우리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때로는 변화의 물결에 몸을 던질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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