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11인승 승합차 내부를 합법적으로 개조하여 캠핑카를 장만했다. 침대는 두 사람에게도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 여름에는 문을 열고 모기장을 치면 더운 줄 모르며 겨울에는 무시동 히터를 틀어 놓으니 규정온도가 순식간에 차 안을 덥혀준다. 천장엔 선루프를 설치하여 흘러가는 구름과 반짝이는 별을 누운 채로 가슴에 안을 수 있으며 비 오는 날 유리창에 떨어졌다 흩어지는 빗방울은 흡사 내 몸 속으로 흘러드는 것만 같다.

 전등을 별도로 더 설치하여 밝은 조도 아래 독서를 얼마든지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장 한쪽에는 텔레비전을 부착하여 큰 화면으로 많은 채널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고 USB를 꽂아 채널 이외의 자료도 얼마든지 보며 노트북을 자체 배터리로 충전할 수 있어 인터넷 검색은 물론 지인과의 메일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취사도구도 대부분 구비하였다. 싱크대는 대리석으로 만들었고 개수대에서 물이 나와 설거지가 가능하며 냉장고에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후면 트렁크를 열면 별도로 가스레인지 3대가 설치되어 있는 식탁을 빼낼 수 있어 의자만 갖다 놓으면 된다. 차내에는 낚시도구를 실어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고 등산화도 스틱과 함께 튼튼한 것으로 준비하여 끈을 조여 매기만 하면 원근의 산에 오를 수 있다.

 꿈에 그리던 차다. 언젠가 꼭 장만하려 했던 이 차는 사실 20여 년 전부터 마음에 새겨두었다. 교사 시절, 사회 과목의 '세계 여러 나라의 집' 단원에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이글루를 비롯하여 물과 배 위에 지은 집, 나무 위에 지은 집 등 여러 가지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차에 만든 집이었다. 다른 집에 비해 다소 작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확연히 다른 특징이어서 맘에 들었다. 그러나 그때는 자가용 차도 많지 않던 때라 거기에 지은 집은 꿈도 못 꿀 먼 나라 얘기였다.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드디어 캠핑카를 구입했다. 대형차로 하고 싶었지만 평상시에도 차가 필요하기에 겸용에 용이한 승합차로 제작했다. 이제 내가 머무는 곳이 캠핑장이다. 꼭 정규 캠핑장에 가지 않더라도 그냥 운전 자체가 캠핑이다. 캠핑은 곧 자유다. 자유는 인간의 기본 욕구다. 남은 삶은 캠핑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려 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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