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 수필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오늘은 새해맞이로 상당산성을 다녀왔다.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 무렵이기에 혹시 날씨가 추울까봐 두툼한 옷을 입은 사람들은 벗어들고 다닐 정도로 포근했다. '대한이 소한 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라는 말도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라는 속담도 무색할 정도다. 상당산성 성곽 둘레를 걷다보니 양지바른 곳에 군데군데 개나리가 피고 있었다. 눈도 오지 않고 얼음도 별로 없다보니 봄이 온 줄로 아는 것일까

 지금 꽃이 핀 나무는 제철인 봄에는 꽃이 피지 않을 것이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도 튀어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뚱맞은 생각도 해보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이니 지난해에 실타래가 마구 엉키듯 어려웠던 갖가지 일들이 새해에는 국가나 개인이나 하나하나 술술 풀리고 좋은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의 힘도 믿어본다.

 상당산에 오를 때는 금방 눈이라도 내릴듯하더니 잔뜩 흐렸던 구름도 걷히고 무엇보다 미세먼지가 보통수준이라니 솔향기가 더욱 짙고 상쾌하다. 마치 몇 해 전에 백두산 천지를 갔을 때 짙은 안개로 천지 조망을 하지 못해 의기소침하고 있자니 얼마 후 창문의 커튼이 열리듯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천지의 장관을 보여주었을 때 그 환희도 떠오른다. 새해에는 누구나 소망하는 일들이 많다. 그 중에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필자도 몇 십 년 전 담배를 조금이나마 피울 때는 산에 올라도 풀내음도 솔향도 모르다가 금연을 하고나니 만끽할 수 있어 지금 생각해도 자랑스럽다.

 요즈음 길을 가다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을 때는 피해 다니기도 한다. 보건당국에서 담뱃값도 대폭 인상하고, 담뱃갑에 흉측한 그림과 문구도 넣는다니 새해에는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흔히 정초에 굳게 결심했던 일들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수도 많은데…. 작은 일부터라도 개선할 것은 과감하게 바로잡는 새해가 되도록 실천하고자 한다. '하루 미루면 열흘 간다.'는 말처럼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자꾸 늦어지고 열흘이 아니라 한 달도 더 갈 수 있고, 심지어는 영영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새해에 우리나라는 정책과 이념 등이 바람직하고 훌륭한 대통령 선출을 비롯해서 할일이 많다. 너무 힘들었던 일들을 거울삼아 다시 달리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겠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면 바다 속이 정화된다고 하듯, 거대한 소용돌이를 헤치고 나와 새해에는 모두 미소를 찾고 행복을 누릴 수 있었으면…. '아픔만큼 성숙해진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집회에 열중한 것은 아닐까? 광장에서 평화집회의 품격을 보여주었지만 이제 그 상처와 아픔 그리고 후유증을 치유하고 소통하고 화합해야 하겠다.

 국회와 헌재 등에 지혜로운 처방을 맡기고 새해에는 책임과 의무로 각자 할 일에 정진하여야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을 맞은 우리의 현실을 겨냥하여 미국, 중국, 일본, 북한 등의 도전에 현명하게 대처하며 달리는 정유년 새해가 되어, 국민의 분노가 풀리고 웃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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